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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향기] 우아하게…때로는 강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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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노를 표현한 보테가베네타의 봄·여름(S/S) 남성복 컬렉션

자유로움·활동성·편안함



[ 김선주 기자 ]
영국 안무가 매슈 본이 1995년 남성판으로 바꾼 발레 ‘백조의 호수’는 그동안 발레리나 뒤에 가려졌던 발레리노(남성 발레 무용수)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맨발에 웃통을 벗은 채 깃털 바지를 입고 힘차게 도약하는 남성 백조들은 파격 그 자체였다. 매슈 본의 백조들은 무대 위에서 강렬하면서도 공격적인 남성상을 드러냈다.

반면 영국 배우 제이미 벨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예비 발레리노의 일상을 보여줬다. 벨은 하얀색 발레복을 입은 또래 소녀들 틈에서 러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춤을 췄다. 러닝셔츠와 트레이닝 팬츠, 러닝셔츠와 칠부 길이의 팬츠는 실제로 발레리노들이 연습할 때 즐겨 입는 옷이다.

보테가베네타는 올 봄·여름(S/S) 남성복 컬렉션의 주제를 발레리노로 정했다. 연습하러 가던 빌?낮? 리허설을 하러 가는 발레리노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남성상을 포착했다. 극도로 얇은 램스킨(새끼양 가죽 느낌의 직물), 자연 건조한 스웨이드 가죽, 헤비게이지 기법으로 뜬 캐시미어 니트, 살짝 주름이 잡혀서 오그라든 문양의 크링클 리넨 등으로 만들어 몸의 움직임에 따라 선이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페일, 미스트, 샌드, 바넌, 피치 핑크 플라밍고처럼 빛바랜 듯 은은한 색상을 주로 사용해 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를 추구했다. 일부 재킷은 팔 윗부분을 조금 부풀려 바람막이 재킷 느낌을 냈다. 스모킹, 스티칭, 워싱, 페이딩 기법을 적절히 사용해 자연스럽게 닳은 듯한 느낌도 줬다.


구두 제품 중에서는 엘라스틱 밴드로 발등을 감싸주는 슬립온, 재즈 슈즈를 연상케 하는 울트라 라이트 웨이트 스웨이드 레이스업 슈즈 등이 눈길을 끌었다. 가방은 숄더백, 크로스백으로 변신하는 백팩을 눈여겨볼 만하다. 토마스 마이어 보테가베네타 수석디자이너는 “이번 컬렉션은 몸의 움직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자유로움, 활동성, 편안함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컬렉션의 광고 캠페인에는 일본 사진 작가 아라키 노부요시가 참여했다. 노부요시는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사진으로 유명한 작가다. 모델로는 세계적인 모델 박성진을 선택했다. 보테가베네타는 그동안 피터 린드버그, 스티븐 마이젤, 애니 레보비츠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들과 협업해왔다.

보테가베네타는 1966년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서 만들어진 명품 브랜드다. 인트레치아토 우븐 기법으로 만든 가죽 가방이 대표 제품이다. 현재 구찌, 생로랑 등과 함께 케어링그룹에 속해 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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