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많아 인기…도심'중산층 타운'으로
입주 물량 쏟아져도 84㎡ 전셋값 6억 육박
30,40대 몰려…입주 전 전·월세 '입도선매'
[ 이현일 기자 ]
서울 여의도에서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 강모씨(35)는 오는 4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전세금 8000만원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이사를 결심했다. “이왕이면 새 아파트로 옮기자”는 아내의 주장을 따라 마포를 택했다. 강씨의 직장이 있는 광화문과 아내 근무지인 여의도 중간 지점인 데다 대규모 재개발이 마무리되면서 신축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게 선택 배경이었다. 마포 중개업소를 방문한 강씨는 놀랐다. 5억원을 넘어 최고 6억원을 웃도는 전용 84㎡ 아파트 전셋값에 놀랐고, 5~6개 단지를 돌았지만 전세물건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또다시 놀랐다. ‘신규 입주 대단지엔 전월세 물량이 많다’는 말을 듣고 4월 입주하는 ‘공덕 자이’ 주변 중개업소를 찾았지만 전세 계약이 대부분 이뤄져 1층과 구석자리 매물밖에 없어 고민에 빠졌다.
○입주 전 전월세 계약 끝나
작년 한 해 6000여가구의 아파트가 새로 입주한 마포구는 ‘매물 폭탄 지역’으로 분류됐다. 작년 10월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3885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용 84㎡ 전셋값이 4억5000만원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가격은 불과 2~3개월 만에 회복했다. 최근엔 전셋값이 5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매매 가격도 7억원을 호가한다. 인근 상수동 ‘래미안 밤섬 리베뉴 1·2차’는 한강이 보이는 고층의 경우 전용 84㎡ 매매가격이 최고 8억원을 호가한다. 전세가격도 6억5000만원 선에 달한다.
4월 입주를 앞둔 ‘공덕 자이’는 입주 전 사전점검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대부분 가구의 전월세 계약이 완료됐다. 김해수 이화공인 대표는 “마포대로 주변은 교통 경쟁력이 뛰어나 중소형 아파트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가격이 내린 뒤 3개월 만에 다시 원래 시세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자녀가 초등학생 이하인 30대 중반~40대 초반, 여의도·광화문에 직장을 둔 중산층 직장인들이 마포 지역의 주 수요층이라고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전했다. 최근엔 도심으로 회귀하는 50대 중반 이상 베이비붐 세대도 있다. 최근 한 공공기관장에 취임한 K씨는 일산신도시에 거주하다 자녀가 대학에 진학한 뒤 자신의 직장과 가까운 마포로 주거지를 옮겼다. 지하철 2·5·6호선이 함께 지나고 공항철도가 개통되면서 항공사 종사자, 출장이 잦은 직장인들 수요도 많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4대문 도심 부활의 후광 효과
서울 광화문~을지로~종로 일대에 ‘센터원’ ‘페럼타워’ 등 초대형 빌딩이 잇따라 완공되면서 본사를 4대문 안으로 옮긴 기업이 늘어난 것도 마포 전셋값 고공행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종로·중구에서 공급된 초대형(연면적 3만㎡ 이상) 빌딩의 전체 연면적은 160만2516㎡로 같은 기간 강남구와 서초구(16만7683㎡)에 비해 10배 가까이 많았다.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 이후 도심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된 결과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분양한 도심의 대형 재개발 단지는 미분양을 우려했지만 단기간에 계약률이 80%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신드롬’도 마포의 부활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2~3년 전부터 젊은 수요자를 중심으로 낡은 집에 살며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보다 당장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리겠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더불어 서울 서북권 중심 상권인 홍대·상수동이 가깝다는 점도 수요를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약점으로 지적되는 중·고교 교육 여건도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춘우 신한은행 PB팀장은 “소득 수준이 높은 중산층이 들어와 사는 아파트 지역에선 교육 여건도 개선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마포 지역에는 공덕 자이, 아현 아이파크 등 새아파트 입주가 이어지고 인근 북아현 뉴타운에서도 대규모 아파트 타운이 들어선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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