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돌파의 현장! - LG
충북 지역에 1조6000억 투자
에너지·바이오 산업 메카로 육성
2만9000건 특허 무료로 공개
사업비 줄이고 해외진출 지원
[ 남윤선 기자 ]
LG그룹의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 테마는 ‘특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무작정 돕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는 특허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9월 충북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기획할 때부터 LG의 기획단장인 이희국 (주)LG 기술협의회 의장(사장)에게 “특허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은 지난 4일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면서 LG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갖고 있는 2만9000건의 특허를 중소·벤처기업이 무료 또는 최소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또 LG그룹은 충북 지역의 2차전지, 화장품,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3년간 모두 1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충북혁신센터는 특허 부담으로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돕기 위해 LG그룹 보유 특허 2만7000여건, 16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특허 1600여건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공개한다. 공개하는 특허는 화장품·바이오는 물론 전자·화학·통신 분야를 망라한다.
대기업의 특허와 중소기업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만나 ‘윈윈’하는 사례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충북 음성에 있는 바이오 기업 MH2바이오케미칼에 7건의 특허를 무료로 제공했다. 주름 개선, 피부 미백 등에 효과가 입증된 기능성 소재 관련 특허다.
LG는 당초 이 특허를 직접 제품으로 만드는 방안을 고려했다. 하지만 물이나 기름에 잘 녹지 않는 소재 특성 탓에 독자 상품화가 힘들어지자 바이오 기술을 이용해 특정 물질을 유용한 형태로 전환하는 기술을 가진 MH2바이오케미칼에 눈을 돌렸다.
MH2바이오케미칼은 임직원이 7명뿐인 중소기업이지만 2013년 ‘1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고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정 강소기업으로 꼽힐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LG생활건강이 제공한 특허를 활용해 화장품 신원료를 개발하고 있다. LG생활건강도 단순히 특허 제공에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필요한 마케팅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다. LG 입장에서는 사장될 특허를 살릴 수 있는 데다 중소기업과의 상생 사례도 만들 수 있다. 중소기업은 LG의 특허와 유통망을 활용해 세계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LG는 앞으로 3년간 뷰티(화장품), 바이오, 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충북지역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중 1조원은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투입된다. 이를 통해 이 지역을 한국의 뷰티·바이오·에너지 산업 메카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들 분야에 집중 지원하는 이유는 충북의 산업 특성과 LG 사업구조 간 시너지를 고려한 결과다.
충북에는 100여개 이상의 화장품 업체, 1400여개의 태양광, 2차전지 등 친환경 기술 기업이 모여 있고 오송에 첨단의료복합단지와 바이오단지가 조성돼 있다. LG도 LG전자·화학·하우시스·생활건강·생명과학 등 5개 계열사가 8곳의 사업장을 충북에 두고 있다.
LG와 충북혁신센터는 우선 중국, 대만 등의 화장품 시장 공략을 집중 지원해 중화권의 ‘K뷰티(한국 화장품) 바람’을 더욱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충북혁신센터에 ‘화장품 평가 랩(연구소)’을 설치해 화장품 원료의 효능을 점검하고 LG생활건강 주도로 혁신센터 내 ‘경영 닥터실’을 운영하며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로 했다.
바이오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LG와 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100억원 규모의 바이오 전용 펀드를 조성한다. LG는 중소기업 컨설팅을 위해 전·현직 바이오 전문 인력으로 ‘바이오 멘토단’을 꾸리기로 했다.
LG가 ‘제로(0) 에너지 사업’으로 부르는 친환경에너지 사업 투자도 계속 늘려간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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