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연구원 분석
고령화 가속화에 사회보험지출 급증
현 복지수준 유지해도 비중 확대 불가피
[ 조진형 기자 ]
한국의 경제 규모 대비 사회복지지출(SOCX) 비율이 현재보다 복지를 늘리지 않더라도 20년 후에 두 배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됐다. 2060년에는 세계 최고 고령화 국가에 오르면서 현재의 세 배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지만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 속도로 인해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지출이 뒤늦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기형적인 구조에 따른 현상이다.
◆복지지출 증가속도 ‘최고’
8일 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복지지출 중장기 전망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지난해 10.4%에서 2035년 18.3%로 급격하게 늘어난다. 이 비율은 저출산·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2050년 25.6%, 2060년에는 27.8%로 지속해서 오를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특히 중장기 사회복지지출이 훨씬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 분야 컨트롤 타워인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난해 사회복지지출 재정을 처음으로 추계하면서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이 2030년 17.9%, 2040년 22.6%, 2050년 26.6%, 2060년 29.0%로 계단식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전망치 모두 현재 수준의 복지제도를 유지한다는 전제로 도출된 만큼 향후 복지프로그램이 더 확대될 경우 복지비중도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OECD 국가 중 멕시코와 함께 최저 수준이지만 증가 속도는 단연 최고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한국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990년 2.8%에 불과했지만 2000년 4.8%, 2010년 9.0%, 지난해 10.4%로 가파른 오름세를 탔다. 1990년부터 2009년까지 OECD 평균 사회복지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5.38%인 반면 한국은 15.96%에 달했다.
◆연금지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OECD 소속 국가들의 사회복지지출 비율이 축소되거나 정체되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일차적인 원인은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제도의 역사가 짧아 본격적인 지출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 노인층의 소득원 중 62.97%는 근로소득에서 나온다. OECD 최고 수준이다. 반면 공적이전소득은 16.28%로 칠레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공적이전소득이 60~90%에 이르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연금제도가 정착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국민연금의 경우 20년 가입 기간을 채운 완전노령연금 수급자가 나온 때는 2008년으로 불과 7년 전이다. 사회복지지출 중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지출 비중은 22% 수준으로 OECD 평균 34%와 비교해 12%포인트나 낮다.
하지만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선진국들과의 격차는 급속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10년 기준 11%에 머물고 있지만 2035년엔 27%로, 2060년엔 37%로 각각 급증한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복지지출이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OECD 국가들과 이제 막 지출이 늘고 있는 한국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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