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형 기자 ]
1월 기준으로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연초 서울 전셋값 급등 원인은 무엇보다 수급 불균형에 있다는 지적이다. 저금리에 따른 전세 물건 감소와 재건축 이주 수요 증가로 전셋값 상승 압력이 높아진 데다 겨울방학 학군 수요에 홀수 해 징크스까지 맞물리면서 전셋값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1) 강남 4구 재건축 이주수요 늘苦
전세난 수도권 확산 우려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모인 강동구에서는 오는 3월까지 이주가 마무리될 고덕4단지(410가구)를 비롯해 고덕2단지(2771가구)와 삼익그린1차(1560가구) 등 4700여가구가 올 상반기 중 이삿짐을 싼다. 다음달부터 이주에 들어가는 잠원동 반포한양(372가구) 등 서초구와 개포주공2단지(1400가구) 등 강남구에서도 각각 6200여가구와 6900여가구의 집이 사라진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이주 가구만 2만3900여가구에 달한다.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들은 인근 새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세 가격이 저렴했던 만큼 이주 때 기존 집 근처에서 마땅한 전셋집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고덕지구의 경우 다가구·다세대 주택에 기존 아파트 세입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들 전세 수요자가 가까운 경기 하남시와 구리시, 남양주시, 과천시 등으로 옮겨갈 경우 전세난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올해 입주 아파트 절반으로 줄苦
1만9995가구로 3년來 최소
재건축과 노후 주택 철거 등으로 사라지는 집 3만2000여가구와 신규 독립 가구 2만8000여가구를 합쳐 올해 서울에 필요한 주택은 6만가구로 추산되지만 새로 공급되는 주택은 아파트와 다세대, 연립 등을 합쳐도 5만4000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단순 산술로 6000가구가 부족한 것이다.
특히 재건축이 많은 강남4구는 신규 입주 가구가 이주 가구에 크게 못 미치는 1만여가구에 그쳐 전세난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올해 서울 입주 아파트는 1만9995가구로 지난해(3만6950가구)의 54%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3년(2013~2015년) 새 가장 적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서 주택 공급이 줄어든 탓에 내년 입주 물량은 올해보다 더 감소한 1만3919가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3) ‘홀수해 효과’ 우려되苦
전셋값 격년제로 ‘껑충’
홀수 해 효과도 올해 전·월세난이 우려되는 이유로 꼽힌다. 2009년(3.39%), 2011년(12.3%), 2013년(5.71%) 등 최근 홀수 해 전셋값 상승률은 2008년(1.68%), 2010년(7.12%), 2012년(3.52%), 2014년(3.83%) 등 짝수 해 상승률을 웃돈다. 격년제로 전셋값 상승률이 다른 이 같은 배경에는 199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이 있다. 당시 전세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면서 1990년을 시작으로 짝수 해에 주로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 1990년 전셋값 상승률은 16.76%로 1991년 상승률(1.95%)을 크게 웃돈다.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오르면서 이 같은 전세시장 격년제 효과는 한풀 꺾였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떨어지면서 매매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2009년부터는 홀수 해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4) 새 학기 학군 수요 여전하苦
대치동 은마 3000만원↑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되면서 사교육 시설이 몰린 지역의 임대 수요가 예년만 못하지만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초·중등학교 학군을 배정받기 위해 방학을 맞아 이사를 가는 학군 수요는 꾸준하다는 게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학원가와 가깝고 대곡초와 대현초, 휘문중, 진선여중 등 선호도 높은 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는 대치동 은마 아파트 전용 76㎡는 최근 전세보증금 4억2000만원에 실거래돼 한 달 새 1000만원, 두 달 새 3000만원 뛰었다.
학급당 학생 수가 평균 37명으로 서울교육청의 학급당 적정 학생 수(27명)를 10명가량 웃돌 정도로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 원명초를 보낼 수 있는 서초동 삼풍과 래미안 아파트는 매물이 부족하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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