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 빌딩 못 지으면 사업 차질" 호소
軍·규제개선단 "기지 이전" 파격 해법
2조원 복합리조트 추진
지난해 3월 인허가 났지만 9월 고도제한 걸려 '주춤'
"사업허가 왜 내줬나" 투자사, 정부·인천에 따져
인천자유구역청, 민관규제개선단에 지원요청…국방부 '이전결정' 이끌어내
[ 이태명 / 김대훈 기자 ]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경제활력을 높이겠다는 추진 방안도 계획에 담겼다. 외국 자본을 유치해 관광·서비스산업 인프라를 키우겠다는 것. 주요 거점으로는 영종도를 꼽았다. 영종도 내 미단시티에 외자 유치를 통해 카지노 3곳을 지어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를 만든다는 전략이었다.
정부의 ‘미단시티 카지노 개발 프로젝트’에는 3~4곳의 외국 기업들이 관심을 보였다. 인도네시아계 화교 자본인 리포(Lippo)는 구체적인 투자계획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한때 ‘무산’ 위기까지 내몰렸다가 가까스로 회생했다. 지난 10개월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한국판 라스 @隔탐?rsquo; 날개
미단시티는 인천 영종도 초입에 있는 대규모 개발지구다. 총 규모는 270만㎡(약 82만평). 이 가운데 3분의 2는 미단시티개발(주)이란 개발시행사 소유 부지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 땅에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카지노 3곳을 짓는 계획을 추진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화교 자본인 리포. 리포는 미국 시저스와 손잡고 2조2000억원 상당의 카지노 복합리조트 투자계획을 내놨다. 8만9000㎡ 부지에 높이 200m 빌딩을 짓고, 카지노와 호텔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작년 3월 리포&시저스 컨소시엄(이하 리포)의 카지노 설립계획에 대한 사전 인허가를 내줬다. 인허가 조건은 ‘그해 12월 말까지 토지 매입을 마무리짓는다’는 것이었다. 리포의 투자계획은 작년 8월 정부의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도 주요 투자유치 성과로 소개됐다.
그런데 작년 9월 생각지도 않은 난제가 생겼다. 리포 측의 개발계획이 인근 군부대(미사일기지, 레이더기지) 운영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 미단시티개발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200m 높이로 빌딩을 세우면 군의 레이더 탐지에 지장을 줘, 건물 높이를 70~80m로 지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카지노는 복합리조트 빌딩 연면적의 5%까지 지을 수 있다. 빌딩을 낮추면 카지노 면적도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리포는 정부와 인천시에 “고도제한 문제가 있는데도 왜 사업 허가를 내줬냐”고 항의했다. 사전 개발계획대로 빌딩을 못 지을 경우 투자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의 ‘통 큰 결정’
더 큰 문제는 리포가 투자를 포기할 경우 뒤이어 추가 투자 유치도 어렵게 된다는 데 있었다. 인천시는 그즈음 홍콩 4대 재벌인 주대복그룹(CTFE) 등 2곳으로부터 미단시티에 7조원 상당의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짓는 투자계획을 받아 둔 상태였다. 이들도 높이 200m가량의 초고층 빌딩을 지을 계획을 검토 중인데, 고도제한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투자 유치가 무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정이 급하게 돌아가자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작년 11월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에 도움을 청했다. 국방부를 설득해 고도제한 문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이었다. 이때부터 한 달여 동안 규제개선추진단은 국방부와 고도제한 문제를 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무기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찾아 리포의 개발계획이 미사일기지에 끼칠 영향을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장조사 결과 고도제한을 풀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도저히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그런 가운데 리포 측이 토지매매 계약을 마무리지어야 하는 시점(작년 12월 말)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 달여의 현장실사와 검토 끝에 국방부는 작년 말 고도제한 문제를 풀기 위해 미사일기지를 이전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현재 있는 군부대를 가까운 지역으로 옮기고, 대신 부대 이전비용을 인천시 등에서 해결해준다는 조건을 붙였다. 10조원의 외자 유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해소된 것.
정부 관계자는 “(이번 건은) 법률이나 인허가 개정이 아닌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국방부가 정말 힘든 결정을 내려줬다”고 말했다.
이태명/김대훈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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