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팍스 아메리카나'
‘팍스(Pax)’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평화의 여신이다. 1세기와 2세기께 로마의 전성기를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지칭하는 것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이 시기 로마제국은 정치, 법률, 기술, 언어, 문학, 종교 등 다방면에서 큰 성과를 얻으며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상업은 융성해졌고 교통은 편리해졌으며 물자의 교류는 활발해졌다. 그 결과 로마인들의 삶은 더없이 풍요로워졌다. 이후 역사가들은 강대국에 의한 국제질서를 의미하는 뜻으로 나라 이름 앞에 ‘팍스’를 더한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 의해 유지되는 세계평화체제다. 미국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탄탄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 중심에 우뚝 섰다. 2010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23%를 차지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체계에서도 주도적으로 세계를 이끌었다. 공산주의 혁명을 막으며 평화, 민주주의, 인권 등을 강조했다. 세계의 대부분은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반세기 이상 계속된 팍스 아메리카나에 도전장을 내민 나라가 있다. 미국과 세계의 주도권 경쟁에 나선 중국이다. 중국은 넓은 국토와 자원을 등에 업고 눈부신 고도성장을 이뤘다. 2014년 말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최대인 4조달러에 달한다. 이에 힘입어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원자재 및 기업 사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는 중국의 막대한 자본력, 경기부양책, 경제지표, 성장률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팍스 시니카(Pax Sinica)’의 시대를 점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물론 사회불안, 정치체제, 환경, 인권 등 중국이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팍스’의 부상도 어렵지만 ‘팍스’를 영원히 유지한 나라도 없다. 그건 역사의 교훈이다.
최은호 한국경제신문 인턴( 동국대 신문방송 3년) eunho6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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