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거센 '취업 한파'
전년보다 3.4%P 떨어져 "여성·30대 이상 더 어려워"
양승태 "갑을논란 무겁게 봐야"
[ 배석준/양병훈 기자 ] 사법연수원 수료생의 취업률이 3년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이 3회에 걸쳐 사회로 나오면서 ‘법조계 취업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6년 처음으로 등록 변호사 수가 1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해 9월 국내 등록 변호사 수가 2만명을 넘어서면서 법조계는 어려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사법연수원은 19일 경기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44기 연수생 수료식’을 열고 수료 대상자 509명에게 수료증을 줬다. 군 입대 인원을 제외한 408명 가운데 수료식 전에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177명(43.4%)에 불과했다. 지난해 43기 수료자의 취업률(46.8%)보다 3.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연수원생의 수료 시점 취업률은 2006년 72%를 기록한 뒤 큰 폭으로 하락해 2012년 40.9%까지 떨어졌다. 2012년은 로스쿨 졸업자가 사회에 나온 첫해다. 이후 2013년에는 46.8%를 기록했고 지난해도 같은 수치를 유지했으나 올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작년에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취업이 정말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여자, 30대 이상, 평범한 집안의 변호사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취업 직종별로 보면 변호사로 간 사람이 84명(20.6%)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66명은 법무법인(로펌)을 택했다. 판사 업무를 보조하는 재판연구원(로클럭)과 검사로 간 사람은 각각 33명(8.1%)이었다. 이어 공공기관 20명(4.9%), 기타 7명(1.7%) 등이었다. 서울대 출신으로 아직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한 수료생은 “지난해 여름부터 로펌 등 여러 곳에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 상반기 안에 취업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의 경우 수료 당시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도 6개월 이상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수는 일자리를 구했다. 작년엔 개인 또는 합동 법률사무소나 중소 로펌에 취업하는 사례가 많았다. 기업 등 민간 분야 진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단독 또는 공동 개업은 쉽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근 우리 사회에 끊이지 않는 ‘갑을관계’ 논란을 법조인이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사회적 약자가 불합리를 시정받을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우리 법조인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연수생 김동호 씨(25)가 대법원장상을,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구하경 씨(26·여)가 법무부 장관상을 각각 받았다.
배석준/양병훈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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