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운영실태 조사 결과
행자부 "보육 관련예산 등 의무부담 171억 삭감 안돼"
도의회 "지자체 통제" 반발…민심 의식해 추경 가능성도
[ 강경민 기자 ] 정부가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논란을 빚은 제주특별자치도에 올해 예산을 재심의하거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라고 권고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 편성·심의에 개입한 건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후 이번이 처음이다.
행정자치부는 올해 제주도 예산에 대해 긴급 재정운영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권고했다고 19일 발표했다. 행자부는 올해 제주도 예산이 지난해 말 도의회에서 대폭 삭감되면서 논란이 커지자 지난 6~7일 재정운영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행자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령에 따른 의무경비와 국고보조사업에 반드시 집행해야 할 예산 등 총 171억6000만원이 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삭감됐다. △폐기물처리시설 확충에 따른 주민지원사업(60억원) △사회복무요원 인건비 2건(1억2000만원) △국고보조사업에 따른 지방비 부담액 24건(110억4000만원) 등 총 27건이다.
행자부는 “영유아 보육 관련 예산 등 도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할 경비를 전액 삭감한 건 관련법 위반 소지가 높고, 국가사업에 차질을 빚어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행자부는 또 올해 도 예산에서 지역 주민·단체 지원경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지역개발사업비 등도 대폭 삭감돼 공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행자부는 지방자치법 107조와 108조에 따라 의회에 예산안 재의 요구를 하거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는 등 대책을 수립해 추진하라고 제주도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도의회가 통과시킨 예산안에 대해 이날 재의를 요구했다. 의회는 집행부가 재의 요구한 사항에 대해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최초 의결안이 확정된다. 이 경우 도지사는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도의회는 지난해 말 도 집행부가 제출한 2015년도 예산안 3조8194억원 중 4.3%에 달하는 1636억원을 삭감했다. 지방정부 설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 삭감이다. 박정하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지난달 23일 도의회가 예산을 통과시켜주는 대신 도 집행부에 공약 사업비와 포괄적 재량사업비로 의원 1인당 20억원 배정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제주도의회는 실태조사 즉각 중단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다만 도의회는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고 추경 예산 편성을 위해 도 집행부와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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