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정보기술(IT)주 큰 형님 '3인방'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환율에 따라 표정이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환율 상승의 수혜를 입고, 메모리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 역시 사상최대 실적 경신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신흥국 시장 매출이 많은 LG전자는 매출은 신흥국 통화로, 비용은 달러로 결제하는 비중이 높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엔 SK하이닉스가, 29일엔 LG전자가 실적 발표를 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추정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LG전자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어닝쇼크'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이미 발표한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5조2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4조80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삼성전자 역시 이달 말 확정 실적을 내놓는다.
◆LG전자 4분기 영업익, 전분기 대비 30% ↓
유독 LG전자의 실적 전망이 어두운 것은 환율 탓이다.
LG전자는 원자재 구매는 달러로 하지만 판매는 현지화로 하는 비중이 높다. 때문에 지난해 4분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엔화 환율이 약세 기조를 보인 것이 직격탄이 됐다. 또 러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 시장도 경제 불안으로 환율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또 LG전자는 미국 내 생산기지 없이 한국이나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보내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환율 민감도가 더 큰 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 추정한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168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31.32%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추정 매출액은 3.86% 늘어난 15조4914억원이다.
통상 4분기가 IT업계 성수기로 여겨지는 것을 감안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증권가에선 실제 영업이익이 추정치보다 더 낮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김상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2877억원으로 추정하고 "시장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신흥국 장사가 잘 되지 않았고 통화가치 하락이 전반적인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사상 최고 행진 이어가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호조와 환율 효과가 겹쳐지며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지난해 3분기에 이어 또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추정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0.23% 증가한 1조5644억원. 매출액은 14.83% 늘어난 4조9513억원이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아 1조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환율 환경이 좋았던 데다가 애플 신제품 수요와 견조한 서버 수요로 D램 수요가 호조를 보였고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부진으로 인해 고객 점유율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잠정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는 확정실적을 통해 사업 부문별 성적표를 공개한다. 실적 개선 주역은 반도체로 메모리반도체에서만 3조원가량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결제가 주로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번 '깜짝 실적'의 주연 배우 역할을 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도 반도체가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할 전망"이라며 "분기 실적은 저점을 지나고 있고 주주환원은 강화되고 있어 주가는 추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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