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회사 측이 승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부담 금액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는 16일 현대차 노조원 23명이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차 노조 중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대차는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현대차서비스와 통합했는데 현대차와 현대정공의 상여금 시행세칙에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 규정이 있지만 현대차서비스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 점이 고려된 판단이다.
재판부는 "일정한 일수 이상을 근무해야만 상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 고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소송을 냈던 23명 가운데 실제로 통상임금을 인정받은 사람은 2명뿐이다. 옛 현대차서비스 노조원 대표는 5명이었지만 나머지 3명은 입증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해 통상임금을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전체 현대차 근로자의 8.7%에 불과한 서비스 노조에 대한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만큼 이를 지급한다고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3년치 소급분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이번 판결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수백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최악의 판결을 피함에 따라 현대차가 부담해야할 금액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초 법원이 현대차 노조 전체의 손을 들어주고, 통상임금을 재산정해 과거 3년치 소급분까지 지급하게 되면 현대차 5조3000억원을 포함해 현대차그룹 전체에서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첫해에만 1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논쟁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기준점이 마련된 데 큰 의의가 있다"면서 "비효율적인 현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임금체계 수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측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났다.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은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나온 뒤 이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차그룹 계열의 각 주식회사에 동일임금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데, 법원이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을 인정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노조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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