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도원 기자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부자가 대규모 블록딜을 추진하다 실패하면서 이들을 지분 매각으로 내몬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가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규제인 데다 처벌도 강도 높기 때문이다.
이번 사단의 단초를 제공한 개정 공정거래법(일명 ‘일감몰아주기 방지법’)은 다음달 14일부터 시행된다. 대기업집단의 계열사가 총수와 친족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과 특혜성 거래를 하면 총수나 해당 계열사에 대해 최대 매출액 5%까지 과징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대글로비스는 최대주주인 정 부회장이 지분 31.88%, 친족(아버지)인 정 회장이 11.51%로 총 43.39%를 보유하고 있다. 불발된 블록딜은 이들의 지분율을 30% 밑으로 낮춰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매출은 12조8613억원이었다.
규제가 적용되면 회사는 최대 6400억원가량의 과징금, 여기에 추가로 총수 일가는 증여세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10월 기준으로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회사는 208개다. 이 가운데 내부거래 금액이 매출액의 12% 이상, 200억원 이상인 기업은 122개였다. 이에 해당하던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은 2013년 12월 보유 중이던 현대그린푸드 주식 0.62%를 매각, 본인과 친족 지분율을 30.5%에서 29.92%로 떨어뜨렸다.
삼성에버랜드는 같은달 계열사 간 거래가 거의 없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양수해 내부거래 비중을 낮췄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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