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효과로 실적 개선을 기대했던 통신주(株)들이 되레 진땀을 된통 흘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 등 특정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고, 고가 재고폰 중심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난 4분기 SK텔레콤과 KT, SK브로드밴드는 일제히 시장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받아든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만 나홀로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점쳐진다.
◆ SK텔레콤·KT '흐림' LG유플러스 홀로 '맑음'
13일 통신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분기 통신 4개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전분기보다 26% 줄어든 784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컨센서스(시장 예상치 평균)였던 영업이익 1조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실적 발목을 잡은 건 이번에도 마케팅 비용. 단통법 실시로 마케팅 비용이 급감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실제로는 미미하게 감소하는 데 그친 탓이다.
SK텔레콤과 KT의 경우 4분기 마케팅 비용이 전분기보다 1% 줄어드는데 그쳤고 LG유플러스만 4% 감소해 통신주 전체를 놓고보면 비용 감소가 크지 않다.
김홍식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단말기 교체 가입자 수는 감소한 반면 인당보조금(SAC)이 상승하면서 마케팅 비용이 의미있게 줄어들 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통신주의 4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통신주 맏형인 SK텔레콤은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전분기 대비 모두 줄어든 4900~50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전분기보다 1% 가량 성장했지만 기기변경가입자 증가 부담과 인당보조금 상승으로 마케팅 비용이 크게 줄어들 지 않았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용 지출과 더불어 대리점 인센티브 확대도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KT의 4분기 영업이익은 1100억~1150억원 사이로 컨센서스를 13% 가량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4분기 1840억원 적자였던 걸 감안하면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
재고자산 손실 등 일회적 비용이 늘어난 데다 대리점에 대한 판매촉진비(리베이트)가 늘어 마케팅비용이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 역시 4분기 영업이익은 176억원으로 부진할 전망이다. 홈쇼핑 수수료 인상분이 이미 반영된데다 마케팅 비용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달리 만년 3위 주자인 LG유플러스는 지난 4분기 호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영업이익은 1668억원, 순이익은 984억원으로 컨센서스(영업이익 1675억원, 순이익 851억원)과 비슷한 수준이 예상된다.
LG유플러스가 그나마 통신주 가운데 선방한 건 작년 11월과 12월 유일하게 번호이동 순증을 기록한 덕분이다. 아이폰6를 시작으로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단말기 경쟁력을 한층 높인 것도 실적에 긍정적 효과를 불어넣었다.
최 연구원은 다만 "아이폰 신규 출시와 12월 구형 단말기에 대한 보조금 증가, 대리점 인센티브 증가 등으로 인해 마케팅비용을 의미 있게 줄이진 못했을 것"이라고 봤다.
◆ '매수' 강도 키울 때…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기대
투자업계는 통신주의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보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매수' 강도를 키울 때라고 조언했다. 4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확대가 공론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올해 1분기부터는 마케팅 비용 감소가 보다 본격화되면서 실적 개선 여지도 크다는 시각이다.
김 연구원은 "올해는 실적 이외에도 통신사 배당금 증대와 자사주 매입, 지배구조 개편 여부 등 호재가 다수 존재한다"며 "비록 4분기 실적이 실망감을 줄 순 있지만 중기적 관점에서 매수 접근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ARPU 증가와 번호이동 안정화는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통신주의 연간 이익 증가 추세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남곤 연구원은 실적이 양호하고, 핀테크 사업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LG유플러스를 '단기' 선호주로, 연간 선호주로는 SK텔레콤을 각각 제시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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