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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지휘체계 무너져…인적쇄신으로 번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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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의 국회 출석지시 거부…靑 민정수석 항명 파동

김영한 민정수석
"정치공세에 불복해 나쁜 선례 남기지 않으려 국회 출석 거부"

김기춘 비서실장 '격앙'
"사표 받고 해임 건의할 것"

靑 "엄중한 책임 묻겠다"



[ 정종태/이호기 기자 ]
김영한 민정수석이 9일 직속상관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시를 거부하는 ‘항명사태’가 빚어지자 청와대가 발칵 뒤집혔다.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비서실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해 인사권자에게 해임을 건의하는 등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날 사태의 발단은 김 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여부에서 비롯됐다. 여야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문건 파문 규명을 위해 운영위 전체회의를 소집한 뒤 김 수석의 출석 문제를 놓고 파행을 겪은 끝에 어렵사리 출석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김 실장은 이날 오후 김 수석에게 직접 출석을 지시했다. 하지만 김 수석은 사의를 밝히며 출석을 거부했다.

김 실장은 오후 3시 운영위가 속개되자마자 격앙된 목소리로 “(민정수석에게) 출석하도록 지시했는데 본인이 출석할 수 없다는 취지의 행동을 지금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실장 지휘하에 있는 수석이 실장 지시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인데 어떤 조치를 할 것이냐”고 물었다. 김 실장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출석을 요구하고, 비서실장이 지시한 데 대해 공직자가 응하지 않는다면 강력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런 과정은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직기강의 문란함이 생방송으로 전 국민에게 중계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일어났다. 청와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됐다”며 김 수석을 파면하도록 운영위 차원의 결의안 채택을 주장했다. 이에 김 실장은 “사표를 받고 인사권자에게 해임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그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 신년인사회 참석을 위해 외부에 나가 있었고, 상황을 즉각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수석의 돌출적인 행동에 대해 “왜 그랬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김 수석은 이날 오후 늦게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 수석은 “문건 유출 사건 이후 보임해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의 출석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말 그대로 정치공세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25년간 특별한 경우 외에는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 관행으로 정착돼왔던 것인데, 정치공세에 불복해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출석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비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도의일 것 같다”고 말했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하지만 김 수석의 돌발 행동은 본인 의도가 무엇이었든 최고 권부인 청와대 내부의 기강해이 문제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 안팎에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12일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이런 문제가 터져 기자회견을 계기로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 논란을 털고 집권 3년차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사그라지는 듯했던 청와대 인적쇄신론이 다시 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김 실장이 지난 1일 비서실 시무식에서 “기강을 바로 세우자”고 강조한 지 불과 며칠 만에 본인 휘하의 수석으로부터 항명에 직면해 비서실 장악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김 실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항명사태가 청와대뿐 아니라 내각의 전면적인 인적쇄신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한 수석은

‘항명 파동’을 일으킨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57)은 검찰 출신으로 지난해 6월 청와대 3기 참모진 개편 때 임명됐다. 대검 공안과장, 서울지검 공안1부장 등을 지내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2012년 대검 강력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직 장악력이 있고 강단도 있지만 개성이 강해 선후배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엇갈린다는 평이 나온다. 김 수석은 1990년대 초 검사 시절 술자리를 함께한 검찰 출입기자 한 명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내리친 전력이 공개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정종태/이호기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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