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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톨레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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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톨레랑스가 테러 당했다’ ‘도전 받는 톨레랑스’ ‘테러 쇼크, 시험대 오른 톨레랑스’…. 프랑스 파리에서 터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사태를 전하며 국내외 언론들이 단 제목이다.

톨레랑스(tolerance)란 잘 알다시피 관용과 아량, 포용력을 뜻하는 프랑스말이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및 다른 사람의 정치적·종교적 의견의 자유에 대한 관용’을 뜻한다. 나의 이념과 신념이 귀중한 만큼 남의 것도 똑같이 귀중하고, 자신이 존중받기 바란다면 남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나아가 서로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토론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이는 ‘나는 무엇을 아는가(Que sais-je)?’로 상징되는 프랑스 철학의 회의론과 맞닿아 있다. 나만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상황에서 허용된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약자 관용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고도의 공존기준인 것이다.

톨레랑스의 시원은 신교를 인정한 앙리 4세의 낭트칙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칙령이 있기 전까지는 모든 국민이 왕의 종교와 일치해야 했으나 칙령 반포 후 신교가 허용됐다. 그런데 12년 뒤 앙리 4세가 광신적인 구교도에게 암살되고 루이 14세 때 수십만명의 신교도가 목숨을 잃는 대혼란이 벌어졌다. 이 피의 역사 때문에 프랑스의 톨레랑스가 나왔고, 이 때문에 이념 문제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그 어느 나라보다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톨레랑스는 권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다. 확고한 권력을 잡기까지는 불관용하다가 일단 목표를 이루고 나면 헤게모니를 강화하기 위해 관용으로 돌아설 수 있다. 마르쿠제의 이른바 ‘억압적 관용’도 그렇다. 지배세력이 반대세력에게 제한된 관용을 보이는 건 상대의 날카로움을 뭉툭하게 만들고 기존 헤게모니를 정당화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최근엔 이런 톨레랑스의 의미가 여러 면에서 위협을 받고 있다. 이슬람 테러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그 배경에는 이민자를 받아들이던 관용의 사회에서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불관용을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무슬림 인구는 국가별로 수십만에서 500만~600만명에 이른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결집력이 크고 빨리 성장하는 종교가 이슬람이다.

최근 나온 프랑스의 한 소설처럼 2022년 대선에서 이슬람 정권이 탄생하고 소르본대가 이슬람대학으로 바뀌면서 여자들이 집에만 머무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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