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영 기자 ] 유가급락과 유럽발(發) 금융불안에 내수침체까지 겹친 '경기 한파' 탓에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들도 속속 고개를 떨구고 있다. 담당업종과 분석기업의 주가 상승 요인을 찾을 수 없어서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7일 '뚜렷한 돌파구가 없다'는 롯데쇼핑 분석보고서에서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커졌지만, 부정적인 영업실적 모멘텀(동력)이 지속되고 있어 주가의 상승 반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올해도 국내 민간소비가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그동안 소비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도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구매력이 크게 좋아지기는 어렵다"면서 "실질소득의 정체와 함께 고용불안과 노후준비로 가계의 소비심리와 소비지출 증가율이 동반 하락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손지우 SK증권 애널리스트의 경우 담당업종 내 LG상사에 대해 "주가 모멘텀을 찾아내기 쉽지 않다"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3만5000원에서 3만4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LG상사의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337억원)를 밑도는 수준인 271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4분기 이후 부각된 유가 급락 사태로 인해 자원개발(E&P)과 무역 부문 모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무역 부문은 물량증대 효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지만, 유가하락과 달러화 강세에 따른 상품가격 약세 현상이 지배적이라서 가격 측면에서 감익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가스 등도 유가급락 직격탄을 맞으며 4분기 영업실적이 시장의 기대 수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분석, 사실상 '어닝 쇼크'가 예고된 상황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농심에 대해 "시장점유율이 반전할 수 있는 계기가 없다"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다. 가격인상도 힘들고, 국제 곡물가격 상승과 원화 약세가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디스플레이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의 한숨 소리도 터져나왔다.
이민희 아이엠투자증권 애널은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해 "현재 TV 패널 가격의 강세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많다"고 지적했다.
디스플레이서치(DisplaySearch) 발표자료에 따르면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등 톱 브랜드(Top Brand)의 패널 재고비축이 지속, 1월 상반기 LCD TV 패널가격은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32인치 패널가격의 경우엔 공급부족이 확대되면서 눈에 띄게 뛰어오르고 있다는 것.
이 애널은 그러나 "역사적으로 TV 패널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세트업체의 영업이익률에 후행하는 특성이 있다"며 "일시적으로는 수급 영향으로 인해 패널업체 한쪽만 일방적으로 고수익성을 유지하거나 실적악화가 나타날 수 있는데 결국에는 산업구조상 동조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트(Set)업체와 패널(Panel)업체의 주가도 장기적으로 보면 동조화되는 특성을 보여왔는데 지금은 괴리가 큰 상태라고 그는 전했다. 그는 "패널가격 상승과 가격경쟁 심화로 TV 세트업체들이 적자전환에 직면해 있는 요즘 상황과 중국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 추세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업종의 투자매력은 낮다고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경기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음식료 업종의 분위기는 더 어둡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음식료 업종에 대해 "성장 동력도, 수익성 개선 여력도 미미하다"고 우려하다. 통상 4분기는 이익 규모가 가장 적고, 각종 일회성 비용 조정이 빈번한데다 3분기까지 부진했던 업황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란 설명.
한 애널은 "수요 부진과 소비자 가격 디플레로 인한 성장 부재에다 환율과 곡물 가격 변동성 확대에 이르기까지 2015년에는 연간 실적 개선조차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주가 하락 위험이 존재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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