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동국대·성대·아주대·시립대·한양대 등 총장 선임
중앙대 이용구 총장 연임… 포스텍은 공모 절차 돌입
[ 김봉구 기자 ] 새해 주요 대학 총장들이 잇따라 새 얼굴로 바뀐다.
6일 대학들에 따르면 8일 취임식을 갖는 정규상 성균관대 신임 총장을 필두로 다음달엔 김동연 아주대 신임 총장이, 새 학기를 맞는 3월엔 염재호 고려대 총장 당선자와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1순위 후보자(이하 당선자·후보자 명칭 생략) 등이 임기를 시작한다.
이날 후보 등록을 마감하는 한양대는 선거를 거쳐 다음달 선임된 새 총장이 3월부터 학교를 이끈다. 종단 개입 논란으로 총장 선거가 혼선을 빚고 있는 동국대 역시 이르면 3월 새 총장이 취임한다. 연임에 성공한 이용구 중앙대 총장도 오는 3월 새 임기를 맞는다.
신임 총장들의 어깨는 무겁다. 사회적 요구에 발맞춰 대학 혁신을 주도하면서 잡음을 최소화해야 하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대학구조개혁이 본격화하는 시기에 학교를 이끌어가야 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리더십이 요구된다.
◆ 풍부한 행정경험, 활발한 대외활동 강점
풍부한 행정 경험과 활발한 대외 활동이 새 총장들의 공통점으로 꼽힌다.
김동연 아주대 차기 총장은 알려진 대로 국정 현안 전반을 조정하는 국무조정실장(장관급)까지 지낸 인사. 교수 출신 새 총장들도 연구실에만 있었던 건 아니다. 염재호 고려대 차기 총장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경영평가단장, 원윤희 서울시립대 차기 총장은 국세청 지하경제양성화 자문위원회(현재 세무조사 분과위로 통합) 위원장을 맡았다. 정규상 성균관대 차기 총장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부총장, 염 차기 총장은 고려대 행정대외부총장을 최근까지 역임했다.
다음달 1일 공식 취임하는 김동연 아주대 차기 총장은 이번 주부터 출근한다. 우선 학교 업무부터 파악한 뒤 구체적 청사진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 정부의 규제 개혁,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끈 외부 인사가 대학 경영을 맡아 안팎의 기대감이 크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고졸 장관’ 신화를 쓴 그는 평소에도 청년층에게 관심이 많은 편이라 총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 관계자는 “법인이 곧바로 총장을 선임하다가 이번에 절차를 바꿔 총장후보자 천거위원회를 도입했다. 김 총장이 천거위 추천을 거쳐 선임된 첫 사례”라고 귀띔했다.
염재호 교수(행정학과)는 ‘준비된 총장’이다. 무려 네 번째 도전 만에 고려대 총장이 됐다. 3월 취임을 앞두고 교육부총장제, 인재발굴처, 유연 학기제 도입 등의 공약을 다듬을 계획이다. 초·중·고교 인재 육성부터 1년3학기제 허용 등 학사관리, 졸업 후 취업 및 경력 개발까지 전 과정에 걸친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염 교수는 당선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사형 총장과 최고경영자(CEO)형 총장의 장점을 계승하겠다. 고려대가 한국 대학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공공기관경영평가단장을 맡은 뒤 평가 엄정화 작업을 통해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2002년 대선후보 토론회 사회자 등 각종 방송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해 인지도도 높다.
서울시립대 총장 선거에서 1순위 후보자로 선출된 원윤희 교수(세무전문대학원)는 서울시장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3월부터 총장직을 수행한다. 그는 “반값 등록금 이후 학교 발전에 대한 외부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할 것” 이라며 “중기 재정계획을 수립해 안정적 재정을 확보하고, 개교 100주년(2018년)을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규상 성균관대 차기 총장(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새해부터 실질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 8일 취임식을 갖고 17일부터는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대학 구성원들에게 스마트·융복합·글로벌·소통 4가지 키워드를 강조한 뒤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대학들이 몰락하는 기업처럼 되지 않으려면 지속적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 들여다보면 '같은 듯 다른' 총장 선임
중앙대는 총장 임기가 2년으로 다른 대학들에 비해 짧다. 연임에 성공한 이용구 중앙대 총장의 새 임기는 3월부터다. 그간 펼쳐온 사업들을 연속성 있게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핵심은 이달 중 나올 예정인 학문단위 재조정안이다. 두산이 중앙대 재단을 인수한 뒤 2009년 대대적 학문단위 개편을 한 데 이어 다시 한 번 체질 개선을 시도한다.
중앙대 관계자는 “달라진 교육 환경에 대응하고 학교 혁신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변화의 고삐를 팽팽히 당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대는 지난해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 수주로 약 567억 원을 확보했다. 정원 감축을 전제로 확보한 국고 지원 비중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슬림화’를 화두로 학과 통폐합 등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양대는 이날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총추위) 적격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법인에 복수 후보자를 추천한다. 학교 측은 “각종 절차를 거쳐 다음달쯤 이사회가 총장을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3월부터 새 총장이 학교를 이끌어 간다”고 밝혔다.
총장 선출 과정에서 종단(불교 조계종) 개입 논란이 불거진 동국대는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새 총장이 누가 될지 아직 안갯속이다. 총추위가 이사회에 추천한 최종 후보 3명 중 2명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동국대는 이대로 총장을 선임할 경우 사립학교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교육부에 문의해 5일 ‘사학법에 의거해 실시하라’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
동국대 법인 관계자는 “교육부 답변은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아니다. 15일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 이라며 “이사회에서 총장 선임 안건을 다룰지, 아니면 새로 총추위를 구성해 다시 절차를 밟을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총장 선임을 강행할 경우 홀로 남아있는 최종 후보 한태식 교수(불교학과·법명 보광스님)가 24년 만의 ‘스님 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9월 새 총장을 맞는 포스텍은 일찌감치 총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이달 23일까지 총장 후보 등록을 받는다. 당초 포스텍 이사회는 역대 첫 외부 영입 인사인 김용민 총장의 연임 쪽으로 기울었으나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로 유보했다. 이후 총추위를 구성해 차기 총장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기엔 김 총장도 후보로 등록해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대학마다 다른 상황이 관심을 끈다. 임기 2년의 이용구 중앙대 총장은 재단의 신임을 받아 연임한 반면 유력 후보였던 김희옥 동국대 총장은 종단 개입을 시사하며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이사회가 연임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해외파 김용민 포스텍 총장은 교수들의 반대에 부딪쳐 귀추가 주목된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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