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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영역파괴 '바람'①] 똑똑해진 소비자…'옴니채널'만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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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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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업계의 영역파괴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모바일 시장이 확대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성향은 더 강해졌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해외 직접구매가 늘어나고 있고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를 필두로 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 등 국경도 무너지고 있다. 이 같은 영역 파괴와 융합이 유통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4편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주]

    # 지난해 직장인 김우람 씨(39세)는 오픈마켓에 입점해 있는 A유통기업 쇼핑몰에서 런닝머신을 샀다. 런닝머신을 구매하기 전 A유통기업의 오프라인 매장과 오픈마켓에 입점한 A기업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같은 제품의 가격을 따져본 결과, 오픈마켓에 입점한 쇼핑몰의 판매가가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가격보다 50% 저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런닝머신 배송기사는 구매시 명시돼 있지 않던 추가 요금과 설치비를 요구했다. 김 씨가 이를 거부하자 배송기사는 런닝머신을 지역 배송기지로 돌려보냈다. 이후 김 씨가 갑작스럽게 출장을 떠나게 되면서 런닝머신은 지역 배송기지에서 A기업 물류창고로 돌아가게 됐고 일정 지연으로 구매가 취소됐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된 김 씨는 쇼핑몰에 전화를 걸어, 제품을 다시 구매할테니 배송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쇼핑몰에서는 제품 판매가 완료됐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A기업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여전히 런닝머신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김 씨는 왜 같은 회사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같은 제품을 다른 가격에 파는지, 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을 온라인몰에서는 살 수가 없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유통 기업들의 '멀티채널(Multi Channel)' 전략이 똑똑해진 소비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온라인 검색뿐 아니라 모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라도 많은 정보를 쉽게 획득하게 되면서 멀티채널 전략이 쓸모없게 됐다.

    멀티채널은 오프라인 매장을 비롯해 인터넷, TV, 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에 존재하는 소비자를 각각 따로 관리하는 전략을 말한다. 유통업체 입장에서 보면 고객 접점 확대라는 측면에서 유용했지만 소비자 중심에서 보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일제품의 가격이 달랐고, 온라인에서 구입한 제품을 오프라인에서 환불받을 수도 없었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똑똑해진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모든 유통 채널을 유기적으로 아우르는 '옴니채널(Omni Channel)'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옴니채널에서는 채널이 아닌 고객이 중심이 된다. 옴니채널은 채널 간 경계를 없애고 유기적인 화합을 통해 소비자에게 일원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어떤 채널에 접근해도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는 게 옴니채널의 목표다. 소비자들은 어느 채널을 이용하더라도 같은 제품을 같은 가격과 조건에 구매할 수 있다.

    ◆ 해외 선진 유통기업, 옴니채널 구축…효과도 '톡톡'

    성공적으로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의 메이시스백화점은 가장 먼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과 고객들의 정보를 하나로 통합했다. 고객들은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몰 중 어느 곳을 방문하더라도 동일한 상품 구색을 볼 수 있게 됐다.

    메이시스는 또 고객들이 주문한 물건이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하게 배송되기만 한다면 배송 포인트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 백화점은 주요 창고가 각 온라인과 우편 주문의 배송을 담당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720여 개의 메이시스 소매점을 이용해 주문한 물품이 고객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소매점에 재고로 있을 경우에는 그곳에서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더 빠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메이시스는 각 지역의 지점을 거점으로 이용해 주문 당일 배송을 가능하게 했고, 온라인에서 주문 후에 가까운 지점에 재고가 있다면 원하는 고객에 한해 직접 픽업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온라인 쇼핑의 가장 불편한 점이었던 환불, 교환을 용이하게 했다. 뿐만 아니라 배송비 절감과 지점 내 재고의 빠른 순환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스마트폰으로 상품을 스캔하고 결제까지 하는 '스캔앤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마친 고객은 계산대에서 기다릴 필요없이 '셀프 체크아웃 카운터'를 통해 나가면 된다. 베스트바이는 방문한 매장에 재고가 없을 경우 온라인 주문을 유도해 한 시간 내 인근 매장 픽업이나 자택 배송 중 선택하게 만들었다.

    옴니채널 서비스가 더욱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결합한 형태로도 발전했다.

    미국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핀터레스트에서 가장 많은 횟수의 'Pin'을 받은 상품만을 위한 섹션을 온라인 스토어에서 운영 중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관련 물품들에 표시를 해놨다. 또 인스타그램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소비자들이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인 '라이크 투 바이(Like2Buy)'도 운영하고 있다.

    의류업체인 C&A는 매장에 들어섰을 때 졸졸 쫓아다니는 점원에게 방해 받는 것은 싫지만 많은 사람들의 2차 의견을 듣고 싶어하는 고객들을 위해 '패션라이크(Fashion Like)'라는 서비스로 오프라인 진열대와 페이스북을 접목시켰다. 이는 C&A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방문객들이 '좋아요'를 누른 횟수가 실시간으로 옷걸이에 있는 숫자에 나타나는 방식으로 선택에 도움을 준다.

    그동안 온라인 쇼핑 증가로 타격을 받았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옴니채널 구축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 "우리도 한다"…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오프라인 연계 강화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들도 오프라인 기반의 상품을 확대하고 모바일 채널을 강화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아마존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해, 매장의 개념을 바꾼 서비스를 내놨다. 아마존은 지난해 상품을 스캔하거나 음성으로 제품명을 말하면 아마존의 온라인 장바구니에 추가되는 '대시(Dash)'를 선보였다. 온라인의 접근성과 오프라인의 제품 경험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라는 평가다.

    배송 시간을 줄여 오프라인과의 차이를 없애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은 주문 후 물건을 받을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의 발생이라는 온라인 쇼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무인 조종 비행체인 드론을 이용한 '아마존 프라임 에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드론을 모바일로 조종해 고객에게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다. 미국은 워낙 넓기 때문에 대부분의 택배 배송이 대개 이틀 이상 걸리는데 비해, 아마존 에어 프로젝트는 30분 이내 배송 완료를 목표로 한다.

    구글은 배송시간을 줄이기 위한 '구글 익스프레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글 익스프레스는 고객이 해당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면 구글 배달원이 고객의 집 근처에 있는 코스트코, 홀푸드, 토이저러스 같은 제휴업체 매장에서 물건을 수령해 당일 혹은 다음 날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아마존 등 다른 온라인 쇼핑몰들이 주요 제품을 통합 물류 창고에서 관리하고 출하하는 것과 달리 구글 익스프레스는 고객의 집 근처에 있는 제휴 매장에서 물건을 받아 제공한다. 재고관리와 배송 부담을 줄이고 고객들이 제휴 업체들의 상품을 쉽게 검색해 구매하고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국내 기업은 아직 '초기단계'…롯데그룹, 올해 본격 시동

    반면 국내 유통기업들의 옴니채널 서비스는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가장 옴니채널 서비스 도입에 적극적인 롯데그룹 조차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 간 재고 연계 및 상품의 이동에 국한됐다.

    롯데그룹은 '스마트 쿠폰북' 앱을 출시해 오프라인 및 온라인 매장에서 사용 가능한 쿠폰과 할인행사 내용을 언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인 '스마트픽'과 매장의 길 안내, 행사정보, 할인쿠폰 등을 이용자의 위치에 따라 제공하는 '비콘 서비스'를 일부 점포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기존에 분리돼 있던 신세계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이마트몰, 트레이더스몰 같은 그룹의 쇼핑몰들을 모두 합한 'SSG닷컴'이라는 사이트를 구축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상반기 모바일 앱을 처음 선보이며 과거 구매이력에 따라 개인별 맞춤 상품안내메일(DM)을 전송하고 문화센터 수강증, 주차권, 멤버십 기능을 추가해 고객의 편리를 지원한다.

    롯데그룹은 올해 옴니채널 서비스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오프라인 유통의 최강자인 롯데의 역량을 바탕으로 옴니채널을 성공시킨다면 글로벌 유통기업에 뒤지지 않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해 말 사장단 회의에서 "옴니채널을 성공시킨다면 아마존 같은 글로벌 유통기업에도 지지 않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현재 시범 운영중인 옴니채널 서비스들을 확대 운영하고 상반기 중에는 옴니채널 관련 연구센터인 '롯데 이노베이션 랩'도 설립할 예정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에 국내 유통기업들의 옴니채널 구축이 늦어진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옴니채널 등의 서비스를 앞세운 아마존 같은 글로벌 유통 공룡의 국내 진출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유통기업들도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옴니채널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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