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집값 상승세 둔화 뚜렷
美 증시 非이성적 거품
역사적 평균보다 비싸
[ 유창재 기자 ]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사진)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 미국 주택시장이 하락 반전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의 고안자이자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실러 교수는 4일(현지시간)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가 열리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쉐라톤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최근 들어 주택가격 상승세가 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20대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나타내는 케이스실러지수가 지난해 10월 0.13% 하락했다”며 “계절적 요인을 반영한 계절조정수치는 소폭 상승했지만 수년간 이어진 주택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선물시장을 보면 앞으로 약 5년간 주택가격이 연 4~5% 상승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역사적 평균에 비해 느린 상승 속도인데 나는 이보다 더 둔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폭락했던 미국 주택가격은 2012년 초 바닥을 친 뒤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이 미국 경제의 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세는 Fed가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춘 덕에 가능했다는 것이 실러 교수의 진단이다.
Fed는 양적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모기지담보부채권(MBS)을 매입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게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3차 양적 완화는 종료됐으며 올해 중반에는 Fed가 5년 넘게 유지해온 제로 수준의 기준금리(연 0~0.25%)를 올리기 시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실러 교수는 미국 주식시장에도 비이성적 거품이 끼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S&P500지수의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은 28배로 역사적 평균(16.58)보다 크게 높은 상태”라며 “미국 주식은 분명히 비싸다”고 평가했다. CAPE는 실러 교수가 주가수익비율(PER)에 경기순환 요인을 반영하기 위해 고안한 지표다.
그는 “주식이 비싸다고 당장 내일부터 하락한다거나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당시와 같이 과도하게 고평가돼 있다는 뜻은 아니다”면서도 “투자자들이 조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선 “유가 하락이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에 순풍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원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가 더 악화되면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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