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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기업 CEO 열전⑮] '3번 타자'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일단 뛰고 보는 행동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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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30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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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희진 기자 ] 기업을 제대로 알고 싶으면 그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은 CEO의 역량과 혁신의 자세, 영속기업을 만들기 위한 열정 등이 그대로 투영된 결과물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에 입성하는 신규 상장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공모주 투자부터 상장 이후 주식투자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은 알짜 기업 정보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한경닷컴]은 주식시장에 갓 데뷔한 신규 상장기업부터 상장승인 심사를 마친 기업들의 CEO들을 집중 탐구하는 시리즈물로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야구팀에서 3번타자는 행동대장이다. 앞서 출루한 주자들을 홈으로 불러들이거나, 자신이 출루해 찬스를 만들어 내야 한다. 두 경우 모두 점수를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3번타자는 타율과 출루율이 높은 핵심 선수가 맡는다.

    기업에서도 3번타자는 필요하다. 아무리 기획을 잘 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시장에서 발로 뛰어 매출을 올리는 '영업맨'이 없다면 회사는 살아남을 수 없다.

    "경험으로 영업을 배웠다"는 진승현 랩지노믹스 대표(48·사진)는 회사의 3번타자다. 매출이 나올 때까지 직접 병원 문을 두드렸다는 진 대표는 '행동파' 최고경영자(CEO)다. 실제로 그는 최근까지 사내 야구팀에서 3번타자로 맹활약하기도 했다.

    지난해 마침내 '상장'이라는 홈을 밟은 진 대표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만났다.

    ◆발로 뛰어 만든 병원 네트워크…9년 연속 흑자행진 비결

    홍익대 미대 대학원 출신인 진 대표는 친형의 사업을 보며 바이오 분야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의 형은 진창현 메디포스트 공동설립자. 2002년 당시 메디포스트 의학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던 진 대표는 양유선 현 메디포스트 대표의 제안으로 함께 랩지노믹스를 만들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회사 설립 후 3년동안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암울한 시기가 계속됐다.

    진 대표가 가장 바쁘게 시장을 활보하고 다녔던 때도 이 시기였다. 바이오벤처의 특성상 업계 내 인지도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였다.

    진 대표는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회사 대표가 직접 나서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당시에는 배수의 진을 치지 않으면 안 될만큼 힘든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동네 개인 병원부터 내로라하는 종합병원까지 길가다 보이는 병원이라면 가리지 않고 문을 두드렸다. 처음 일주일동안 방문한 병원이 50개였고, 한달간 200개 병원장에게 명함을 전달했다. 그 중 20%의 병원과는 실제 계약까지 성사됐다.

    그렇게 진 대표가 직접 발로 뛰며 인연을 맺었던 병원들은 랩지노믹스가 보유한 영업 네트워크의 기반이 됐다. 랩지노믹스는 현재 전국 3000여개 병원과 200여개 산부인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2005년 회사는 설립 3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랩지노믹스는 지난해까지 9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의사 고충 듣고 만든 'STD 복합검사'…STD디텍트칩 개발까지

    현장에서 의사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시장의 요구를 파악해 새로운 검사법과 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2004년 랩지노믹스가 국내 최초로 실시한 성 감염질환(STD) 복합검사는 진 대표가 병원에서 들었던 의사들의 고충을 연구진에게 전달한 것이 출발이었다.

    "비뇨기과 의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성 감염질환 13종을 하나하나 검사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연구진에게 기술 개발을 제안했고, 멀티플렉스 종합효소연쇄반응(PCR) 장비를 이용해 한 번에 여러개 원인균을 묶어서 확인하는 검사법이 개발됐죠."

    랩지노믹스는 이 같은 기술 개발에 힘입어 2011년 국내 최초로 STD디텍트칩 개발에도 성공했다. STD디텍트칩은 한 번의 검사로 성 감염질환의 주요 병원균 13종을 모두 진단하는 DNA칩이다. 기존 PCR 장비를 이용한 검사법보다 민감도와 특이도가 더 높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며,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STD디텍트칩은 내년 출시와 함께 PCR 중심의 기존 시장을 빠르게 대체해 나갈 것으로 진 대표는 기대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STD디텍트칩 외에도 차세대유전자분석(NGS) 기반 분자진단 제품 등 내년 다양한 신제품 및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에 진 대표는 또 한번 '행동파' CEO의 진면목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사업 초기 때 발품을 팔아 다졌던 병원 네트워크를 지금도 꾸준히 늘리고 있습니다. 내년 출시될 신제품들의 마케팅 활동을 위해 또 한 번 시장으로 나갈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전문성보다 중요한 '긍정적 마인드'와 '승부욕'

    진 대표는 비(非)전문성을 이겨낸 비결로 남들보다 강한 '긍정적인 성격'과 '승부욕'을 꼽았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한 '긍정의 힘'은 직무와 상관없이 모든 직원들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특히 우리 회사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바이오 기업인만큼 직원들에게 늘 긍정적인 마인드를 강조하죠."

    평소 운동을 좋아한다는 그는 승부욕도 강하다. 2005년 진 대표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사내 야구팀은 현재 30여명의 직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 출전했던 리그에서 꼴찌를 한 이후 프로야구팀 2군 선수에게 동계훈련을 받을 만큼 승부욕이 강한 편입니다. 그 다음해 리그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해 모두를 놀라게 한적이 있었죠. 지금은 감독으로 물러났지만, 회사 직원들과 함께 뛰었던 3번타자 시절도 즐거웠습니다."

    야구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자연스럽게 직원들과도 유대감을 쌓고 있다는 게 진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달에도 양평에서 올해 마지막 전지훈련을 가지며 직원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코스닥시장 상장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이뤄낸 진 대표는 또 다른 목표를 정했다. 글로벌 분자진단 시장에 랩지노믹스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10여년전 회사를 세우고 발로 뛰던 그 때처럼 '무조건 된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해외 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내년 중국과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내년부터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합작법인을 설립해 DNA칩과 PCR키트의 현지 판매와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진 대표는 "서비스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를 제품 개발로 다각화하고 있어 해외 진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 신제품들의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만큼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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