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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동서양은 대패질도 반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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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면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 류재화 옮김 / 문학과 지성사 / 203쪽 / 1만2000원



[ 송태형 기자 ] 20세기 대표적 지성이자 구조주의 인류학의 거장인 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2009)는 대표작 《슬픈 열대》 일본어판 서문에서 일본 땅을 처음 밟았던 날을 떠올리며 이렇게 썼다. “내가 지식과 도덕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일본 문명만큼 영향을 준 것도 없다.”

《달의 이면》은 레비-스트로스가 생전에 일본을 주제로 발표한 글 중에서 기존 저서들에 실리지 않은 것들을 추려 묶었다. 책에 실린 아홉 편은 강연록과 에세이, 잡문, 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그가 1979~2001년 쓴 글이다. 저자는 신화와 역사, 문학, 음악, 그림, 요리 등 일본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깊이 있는 통찰을 바탕으로 일본과 프랑스, 나아가 동양과 서양의 대칭적 사고 구조를 짚어낸다.

몽테뉴와 데카르트로 이어지는 프랑스 사고 체계에서 분석과 시스템적 사고, 즉 비평 재능을 발전시켰듯이 일본은 감각과 감수성을 통해 분석적 취향과 비평적 정신을 발전시켰다. 서양철학이 ‘나’ ‘자아’를 중시한다면 동양철학은 ‘주체’ 개념을 거부한다. 대패질을 할 때도 안에서 밖으로 미는 서양과 달리, 일본에서는 바깥에서 자기 쪽으로 당긴다. 멀리서 가까이로, 객체에서 주체로 향한다.

일본과 동양 문명에 관한 저자의 높은 식견과 인류 보편의 신화 구조에 대한 확신이 드러난다. 동서양의 보편적 문명에 관한 저자의 사상과 인류학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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