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입물량 5년새 10배 폭증…성탄절 시즌 긴급 증편
"반도체 부품 못 실을 지경"
현대·한진택배 등 대기업까지 배송대행 뛰어들어
아마존, 주문 급증에 놀라 "도대체 뭐하는 곳이냐"
물류창고 예고없이 방문
[ 김우섭 / 뉴욕=이심기 기자 ]
올해 크리스마스 연휴(12월25~28일)에 미국 뉴욕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온 대한항공 화물기 수송 물량의 절반은 한국의 직구(직접구매)족이 구입한 의류와 신발, 대형 TV 등 전자제품이 차지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7일 적재용량 100t의 보잉 747-400과 보잉 777 화물기 두 대를 투입했고 아시아나항공은 크리스마스 당일 특별기를 긴급 수배해 직구 물량을 실어 보냈다.
2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올 들어 최근까지 한국으로 실어나른 화물 2만5000t 가운데 20%인 5000t은 직구 물량이다. 지난해보다 27% 늘었다. 이철주 대한항공 뉴욕 화물지점장은 “시급한 산업 기자재에 공간을 우선 배정하기 때문에 증가율이 생각보다 낮게 보일 뿐”이라며 “직구 물량을 다 받으려면 반도체 장비나 부품을 내려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연말 쇼핑시즌인 11월과 12월 두 달간 매주 한 대씩 화물기를 증편 운항하고 있다. 27일엔 한 대를 추가 편성했다. 직구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아시아나항공도 “배송대행 업체마다 화물기 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다”며 “적재 공간을 빼달라는 요청에 시달려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까지 신고된 직구 물품은 13억6519만달러(약 1조5000억원)로 2012년(7억720만달러)의 두 배에 가깝다. 건수도 같은 기간 794만건에서 1391만건으로 75% 늘었다. 이철재 관세청 특수통관과장은 “12월에 연간 직구 물량의 12%가 몰리기 때문에 올해 직구 규모는 15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5년 전인 2009년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선 올해 직구 규모가 2조원가량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직구 시장이 커지면서 화물배송을 대행하는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택배는 ‘아이딜리버’, 한진택배는 ‘이하넥스’라는 브랜드를 출범시키는 등 대기업들도 시장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뉴저지 일대에서만 몰테일과 오마이집, 뉴욕걸스, 아이포터 등 150개 업체가 난립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이 하던 틈새 사업이 직구 열풍으로 대기업들까지 나서는 시장으로 커졌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 직원들은 이달 초 미국 뉴저지의 한 물류창고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지난달 28일 추수감사절과 함께 시작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기간 동안 약 4만건에 달하는 온라인 구매의 배송지가 이곳으로 몰리자 깜짝 놀란 아마존에서 “도대체 뭐 하는 곳이냐”며 현장 확인을 나온 것이다.
직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함께 미국 내 배송대행 시장도 급증하고 있다. 아마존의 ‘급습’을 받은 A사는 배송대행 시장의 약 25%를 차지하는 중견 업체다. 회사 측은 지난해 110만건이던 배송의뢰 건수가 올해는 200만건이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2년 전 2만평방피트였던 물류창고도 5배인 10만평방피트까지 넓혔다.
뉴저지가 직구 시장의 ‘허브’로 부상한 배경은 직구족이 주로 구매하는 의류와 신발에 대한 소비세가 없는 데다 뉴욕 일대 공항을 통해 매일 한국으로 신속한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품목에 소비세가 없는 인근 델라웨어주도 직구족들이 몰리는 ‘텍스 헤븐(조세피난처)’이다. 한국의 직구족들이 이곳을 배송지로 정해 주문하면 배송업체들이 제품의 하자 여부를 확인한 뒤 부피를 줄여 재포장한 뒤 항공기로 한국에 실어보내고 있다.
지난달 말 블랙프라이데이 이후 사이버먼데이, 크리스마스를 1주 앞둔 슈퍼 토요일과 연말 재고 처리를 위한 박싱데이까지 약 1개월여 동안 파격적인 할인세일 기간은 끝났지만 직구 열풍은 내년 초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2월 설날 연휴와 3월 개학을 앞두고 각종 선물과 의류, 신발 등의 구매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제 직구 열풍은 연중무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랍스터 수입 물량까지 급증하면서 항공 화물기를 잡기 위한 배송업체들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일본산 해산물 수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대형마트들이 대체재로 미국산 랍스터를 대량 구매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뉴욕=이심기 특파원/세종=김우섭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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