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지현 기자 ] 2014년은 기업공개(IPO)의 해였다. 2012년과 2013년 1조원대에 그친 IPO 공모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서 2011년 수준을 회복했다. 금융당국의 상장 활성화 정책,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IP0, 하이일 드펀드 공모주 우선 배정 등으로 공모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1년 내내 이어졌다. '한경닷컴'은 총결산을 통해 2014년 IPO 시장을 정리하고, 내년을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사례1. 기업공개(IPO)를 앞둔 세 기업의 기자간담회가 한날 한시에 겹쳤다. 이달 12일 오전 11시50분 국일신동과 하이셈, 이츠웰의 간담회가 동시에 열리게 된 것이다. 보통 IPO 기자간담회는 중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진행된다. 그러나 이날 세 기업이 동시에 몰리면서 국일신동은 마땅한 중식당을 예약하지 못했다.
결국 국일신동은 급하게 한국거래소 회의실을 빌려 '도시락 간담회'를 진행해야 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한날 한시에 세 기업의 IPO 간담회가 진행된 것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며 "IPO 간담회가 많아지면서 중식당에 예약을 잡는 것도 어려워져 내년에는 증권사가 직접 식당을 차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
#사례2. IPO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기업설명(IR) 행사 또는 홍보를 도맡아 진행하는 대행사들은 '함박웃음'이다. 일거리가 많아 지면서 일부 대행사 중에는 임직원들에게 연말 보너스를 두둑하게 주기로 결정한 곳도 있다.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정말 눈 코뜰새 없이 바빴던 한 해였다"며 "하루에 총 4개 기업과 미팅을 진행한 날도 잦았다"고 밝혔다.
올해 '문전성시'를 이룬 IPO 시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풍경들이다. 여의도 증권가에 새내기들이 대거 등장한 만큼 다양한 IPO 기록들도 쏟아져 나왔다.
◆ "IPO 해빙기 왔다"…상장 종목 수 '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기업은 총 78곳(상장 예정 기업과 기업인수목적회사 포함)이다.
지난해 1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공모자금은 1년새 3배 이상 늘어나 4조877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10조908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증시 '신입생'들이 늘어나며 상장 종목수는 사상 최대가 됐다. 우선주와 기업인수목적회사를 포함하고, 상장폐지된 종목을 제외하면 올해 한국 증시의 상장종목수는 2019개다. 2013년 말 대비 42개 증가했다. 올해 남은 기간 내 상장할 종목(스팩 포함)까지 포함하면 올해 기준 상장종목수는 2044개로 늘어난다.
조광재 우리투자증권 ECM본부장은 "올해 하반기 들어 IPO 시장이 살아났다"고 진단했다. 2012년과 2013년에는 IPO 시장이 1조원으로 주저앉으면서 2011년의 4분의 1 토막이 났지만 올해는 2011년 기록을 뛰어넘었다는 설명이다.
조 본부장은 "IPO 해빙기가 왔다"며 "올해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을 지켜본 대기업들이 내년에 계열사들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신인' 제일모직, 사상 최대 증거금 기록
올해 IPO 시장에선 제일모직과 삼성SDS 등 대형급 신인의 등장을 빼놓을 수 없다. 제일모직은 사상 최대 증거금 기록을 남기며 IPO 역사를 새로 썼다.
투자자들이 맡긴 제일모직 청약 증거금은 30조원을 넘었다. 기존 최대 기록이었던 2010년 삼성생명의 19조2216억원 보다도 10조원이 더 많은 규모다. 경쟁률도 194.9 대 1을 기록해 지난 11월 삼성SDS 일반 공모 134대1을 넘어섰다.
그러나 삼성 계열사 '쏠림' 현상이 IPO 시장을 장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제일모직 공모규모 1조5237억원과 삼성SDS의 공모 규모 약 1조1589억원을 제외하면 올해 전체 공모자금은 2조1944억원으로 급감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올해는 삼성SDS나 제일모직 같은 초우량 기업이 상장하면서 IPO 시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BGF리테일과 쿠쿠전자 등 업계 1위 기업들도 증시에 입성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일 수 있었던 한 해"라고 평가했다.
◆새내기 성적표 살펴보니…녹십자엠에스 '1등'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들의 성적표는 '합격점'에 가깝다. 24일 종가 기준으로 새내기 평균 주가 상승률은 공모가 대비 39.7% 상승했다.
1등 우등생은 녹십자엠에스. 이달 17일 상장한 뒤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 공모가 대비 주가는 무려 243.33% 뛰었다.
슈피겐코리아와 제일모직, 파티게임즈, 테고사이언스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종목은 각각 174.55%, 150.94% 113.08%, 112.59% 상승했다.
공모가 대비 하락한 종목들은 14곳. 공모가 대비 낙폭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지난 8월 초 나흘 간격으로 상장한 신화콘텍과 파버나인이 각각 공모가보다 40.99%, 40.96% 떨어져 새내기 중 가장 우울한 성적을 보였다. 이밖에 아진에스텍, 씨에스윈드, 트루윈 등이 30%대 하락세다.
29일 영백씨엠과 국일신동이 상장되며 올해 IPO 시장 문을 닫는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기사보다 빠른 주식정보 , 슈퍼개미 APP]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