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 원화소복(遠禍召福)
재앙을 물리쳐 멀리하고 복을 불러들인다
禍 극복하고 福 굴러오길 응원합니다
정석훈 코소아 대표 "개발보다 판매 더 힘들어요"
박주현 루바니 대표 "홈쇼핑 수수료 40% 부담 커"
이정미 제이엠그린 대표 "中 가짜 바이어 많아 걱정"
[ 김용준 / 김정은 기자 ]
“내년에는 살아남는 게 관건인 것 같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올해의 으뜸중소기업제품상 시상식 겸 송년회’에서 자외선 센서 제조회사인 제니컴의 김복경 대표가 한 말이다.
으뜸중소기업제품상은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 기업은행 한국경제신문이 공동으로 올해 초부터 매달 4개 중소기업 제품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중소기업 대표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중소기업인들이 한 말 속에 국내 350만개 중소기업의 고민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팔 수 있다면 뭐든지…”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판매였다. 물 없이 머리를 감을 수 있는 샴푸를 개발한 정석훈 코소아 대표는 “개발하는 게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제품을 파는 일은 수천배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기관과 은행 등을 찾아다닌 끝에 개발자금을 빌려 제품을 겨우 내놨는데, 판로를 찾는 것은 더 어렵다는 얘기였다.
대형마트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 기존 유통망을 활용하는 것이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다. 배덕귀 메디레포(찜질용 팩 제조) 대표는 “제품 가격이 5만~6만원 선인데, 어느 인터넷쇼핑몰에 들어가려 했더니 그쪽 바이어가 1만원을 불러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김형진 유니디자인 대표는 “대형마트는 계절별로 진열 상품을 바꾸는데, 이때 영업사원이 없으면 상품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직원이 몇 명 안 되는 중소기업이 전담 직원을 두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다”고 했다. 정석훈 대표는 “대형마트에 들어가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했는데 대형마트들이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박주현 루바니 대표는 “홈쇼핑에 나가보라고 하지만 수수료가 40% 가까이 들어 부담이 너무 크다”며 “수수료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참석자는 “내가 아는 사장 한 명이 불공정행위를 신고했더니 대형마트가 거래를 끊어버렸다”며 “정부 사람들은 대형마트가 신고자를 조사해 보복하는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바이어 구분도 어려워”
해외 진출 정보에 대한 갈증도 많았다. 양우석 태양산업조명 사장은 “작은 중소기업은 마케팅할 돈도 없고 방법도 잘 모른다”며 “해외 전시회도 막상 어떻게 가야 하나, 어디가 좋은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박주현 대표는 “중국 보따리상(무역상)에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수출실적으로 잡히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정식으로 수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바이어를 찾는 게 앞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엔진 양수기를 수출하고 있는 하명철 사장은 “하루에도 해외 바이어라고 자칭하는 수십개 이메일을 받지만 이 가운데 진짜 바이어가 누구인지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정미 제이엠그린 대표는 “외교부와 KOTRA 등 정부와 공기업들이 힘을 합쳐 제대로 된 바이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길우 다빈워텍 부장은 “이베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오픈마켓에 제품을 내놔도 구글에 검색이 안 된다”며 “홈페이지를 구글과 같은 검색엔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도록 바꿔야 하는데, 그런 컨설팅을 받을 여력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인간적인 고민을 얘기한 기업인도 있었다. 지상기 바이로봇 대표는 “중소기업 사장은 제품 개발부터 전시회 참가, 불량 확인, 월급 주는 일 등 모든 것을 다 챙겨야 한다”며 “연애할 시간도 결혼할 마음의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김용준/김정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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