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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세계에 '풍덩' 고교중퇴 이력 창업자…"세월 지나도 매력 변치않는 제품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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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업계 애플' 발뮤다

데라오 겐 사장의 철학



[ 조미현 기자 ]
발뮤다 창업자 데라오 겐 사장(사진)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17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세계 여행을 떠났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아버지의 허락을 받고 어렸을 적부터 동경하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머물렀던 스페인 등을 여행했다. 여행을 마치고 뮤지션의 꿈을 안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연예기획사까지 들어갔지만 기획사 재정이 악화되면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디자인 잡지를 보고 디자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데라오 사장은 제품 개발을 시작했고 가공, 절삭 등 기술을 직접 익혔다.

2003년 발뮤다를 창업한 뒤 노트북 받침대 ‘엑스베이스’, 발광다이오드(LED) 데스크 스탠드 ‘에어라인’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호평받았다. 하지만 2008년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도산 위기에 처하게 됐다. 데라오 사장은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이 남는다”는 것을 깨닫고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자고 생각했다.

데라오 사장은 미래를 생각하면 1000W의 높은 전력을 사용하는 에어컨은 시대를 역행하는 일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좀 더 적은 전력으로 상쾌함을 얻을 수 있는 제품은 선풍기였다. 하지만 일반 선풍기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었다.

데라오 사장은 우연히 장인들이 선풍기를 벽을 향해 두고 사용하던 것을 기억해 부드러운 바람을 만들어내는 선풍기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14엽의 이중 날개 구조를 적용한 선풍기 ‘그린팬’은 그렇게 탄생했다. 가격은 4만엔(약 40만원)이 넘었다. 주위에서는 고가의 선풍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소음도 적은 데다 소비전력을 기존 선풍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려 친환경 제품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발뮤다는 조금이라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업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제품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고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매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자”는 게 발뮤다의 목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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