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여성벤처협회'여성벤처 창업케어 패키지'수상자 인터뷰
선배CEO 멘토링·자금 지원…
7개월간 창업 노하우 배워
무형자산까지 사업화 지원
1인 기업 창업 부담 확 줄었죠
[ 최규술 기자 ]
‘거 누가 날 찾나, 거기 누구라 날 찾아~, 날 찾을 이가 없건만, 거 누구라 날 찾아….’
지난 11일 저녁, 서울 선릉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캠프 6층에서 노랫가락이 구성지게 울려퍼졌다. 중소기업청(청장 한정화)과 한국여성벤처협회(회장 이은정)가 여성벤처 활성화를 위해 예비창업자(청년층 여성 및 경력단절 여성)를 대상으로 지난 7개월간 운영해온 ‘여성벤처 창업케어 패키지’ 성과발표회 겸 네트워킹 자리다.
이날 파이널 라운드에서 대상을 받은 조은성 탈무브먼트 예비창업자(31)가 즉석에서 대회 축하 겸 대상 수상을 자축하기 위해 부른 ‘거 누가 날 찾나’란 창이었다.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털리스트, 여성벤처 최고경영자(CEO), 예비창업자 등 이 자리에 모인 80여명의 참석자들은 예기치 않은 가락에 박수로 화답했다.
올해 ‘여성벤처 창업케어 패키지’에는 150명(팀)이 참가했다. 7개월에 걸쳐 기초 창업교육-합숙형 아이디어 육성 캠프-선배 CEO 및 분야별 전문가 멘토링-초기 사업화 자금 지원-성과발표회 및 네트워킹 과정을 거쳤다. 150명(팀) 중 최종적으로 선정된 10개 팀이 파이널라운드에서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대상을 받은 조은성 예비창업자 외에 권정옥 자리 대표(41)가 최우수상을, 엄효정 플레이31 예비창업자(43)가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들을 만나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조립식 입체탈 활용 교육 콘텐츠 확산
“경쟁자들이 너무 잘해 입상은 꿈도 못 꾸었는데 대상을 받고 보니 현기증이 나더라고요.”
조립식 입체탈을 교보재로 활용, 각급 학교에 전통문화 교육을 보급하고 관광 체험을 상품화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발표한 조은성 예비창업자의 수상 소감이다. 그는 2004년 대기업 생활을 접고 10년째 탈춤 연구와 공연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조은성 예비창업자는 2011년 입체탈 만들기로 특허를 받았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아까웠다. 배고픈 예술문화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활동을 하려면 수익원이 필요했다. 이때부터 특허를 사업화할 생각을 가졌다. 문제는 비즈니스에 문외한이란 점이었다. 막막했다. 마침 ‘여성벤처 창업케어 패키지’와 만나게 됐다. 그는 지난 7개월간 사업의 맥락과 디테일한 지식을 골고루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갖게 된 게 가장 큰 자산이다. 내년 1월에는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사업화 첫 단계로 각급 학교에 전통 탈에 대한 이론과 만들기 수업을 개설할 계획이다. 학생 각자가 완성한 탈을 쓰고 탈춤까지 배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오감수업이 될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 교육과 판매 수익이 사업모델이다. 이후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의 전통문화 체험 과정을 전파할 생각이다. 국내외 한국어 어학당에 탈춤 콘텐츠를 판매하고 외국 전통 탈과 교류하는 축제도 만들겠다는 포부다.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백번 떠드는 것보다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게 최고죠. 제 사업이 커질수록 우리 전통문화도 널리 보급되기 때문에 보람이 두 배로 커요.”
개량 한지로 만든 생활 디지인 제품 출시
최우수상을 받은 권정옥 대표는 개량 한지에 경복궁 꽃담 같은 전통문양을 패턴화해 디자인한 테이블 매트, 컵받침, 식탁 매트 등의 테이블웨어 제품을 선보였다.
권 대표는 전통 한지를 상품화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했다. 그러나 전통 한지는 생산과 가공이 어려워 인쇄소에서 받아주지도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개량 한지다. 전통 한지의 느낌을 살리면서 값이 싸고 가공이 편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먼저 한지의 멋을 느껴보게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지를 응용한 제품이 확산될 거고요.” 그는 개량 한지에 전통적인 느낌과 모던한 멋을 더해 다양한 패턴을 디자인해 제품화하고 있다.
권 대표는 수원여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서 13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팔기 위한 디자인이 아닌 나만의 디자인을 표현하고 싶었다. “영혼 없는 디자인이 너무 싫었는데, 이때 한지를 접했죠.” 마침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최한 제1회 상품개발 토너먼트에서 입상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 6월20일 회사를 설립,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에 둥지를 틀고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판매량은 아직 미미하다. 그는 자신이 내놓은 상품이 대박 상품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는다. 문화상품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충분한 준비 단계를 거치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사이버대학에 입학해 문학사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 문화의 뿌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케아’나 ‘무지’처럼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글로벌 디자인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유의 단청, 색동을 뛰어넘는 새로운 문양과 패턴을 디자인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싶어요.”
어린이 라이프스타일 제품 개발
우수상을 받은 엄효정 예비창업자는 완구와 인테리어를 결합한 어린이 생활소품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첫 작품은 광섬유를 이용한 놀이조명이다. 특허를 준비 중이다. 광섬유는 긴장을 이완하고 힐링 효과가 있어 어린이들의 정서에 좋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명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좋은 재료다. “국내 유아용 완구의 90%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이런 장난감은 아이들의 놀이 편식을 불러오죠. 놀이의 개념을 확장하는 제품으로 아이들의 놀이 결핍을 해소해주고 싶어요.”
엄 예비창업자는 성균관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아트박스, 쌈지 등 유명 케릭터 디자인 회사에서 15년 동안 일했다. 히트 상품을 만들면 칭찬도 받고 수입도 늘었다. 그러나 할머니가 될 때까지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싶었다.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스웨덴 예테보리대가 어린이문화디자인과를 신설한 게 눈에 들어왔다. 2010년 여덟 살배기 어린 딸을 데리고 주저없이 유학길에 올랐다. 2년간의 유학생활은 특별했다. 디자인에 대한 그의 고정관념을 뒤집게 만들었다. 디자인 철학이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현지 어린이시립박물관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제품을 팔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라 퀄리티 높은 작품을 추구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이거다 싶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 공공기관에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가 모두 거절당했어요. 개인사업자의 한계죠. 사업을 키워서 다시 노크해볼 생각입니다.” 플레이31이란 회사 이름은 유엔 어린이 권리조약 31조에서 따왔다. 어린이의 놀이와 휴식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엄 예비창업자는 플레이31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캐릭터를 완성한 뒤 1월에 창업할 예정이다.
여성벤처 창업 지원 사업은 올해로 7년째다. 2013년 사업에서는 49곳이 창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배길용 한국여성벤처협회 상근부회장은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한 아이템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으로 연계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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