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영 기자 ] 저성장·저금리 시대 진입으로 인해 올해 시선을 모은 상장기업들의 배당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배당이 현금일지, 주식일지 여부도 관심사다.
배당은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으로 나뉘는데 주식배당의 경우 현금배당과 병행하면 주주들에게 좀 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주식배당은 현금이 빠져나가지 않아서다.
◆ 엔씨소프트·인터지스 등 '통 큰 현금배당'으로 투자심리 확 바꿔
16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월결산법인 중 결산 현금배당을 발표한 곳은 지금까지 부광약품과 인터지스, 영흥철강, 진양제약, 엔씨소프트, 상신브레이크 등 20여곳이다.
또 미래에셋증권, 서부T&D 등 10여곳은 주식배당을 결정했다.
가장 먼저 주주정책을 공개한 이들 기업 중 '통 큰 배당'을 선보인 곳은 수급까지 눈에 띄게 개선돼 긍정적인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씨소프트는 특히 예년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난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해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3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1주당 600원(배당총액 120억원)을 지급해오던 배당금을 이번엔 3430원(약 685억원)으로 책정했다.
하반기 주가 하락에 '뿔난 주주'를 달래려고 내놓은 엔씨소프트의 고육책이자 올 연말 고(高)배당 기대감에 포문을 연 결정이란 평가다.
인터지스도 앞서 배당금을 전년의 1주당 60원에서 150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린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거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액면분할 계획까지 내놨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절대적 금리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은 주주환원정책을 공개적으로 밝힌 곳이나 그 가능성을 열어둔 상장사로 쏠릴 수 있다"며 "시선과 관심은 수급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어색한' 주식배당과 '익숙한' 현금배당이 다른점
반면 주주들에게 익숙한 현금배당 이외에 주식배당을 결정한 곳도 속속 나오고 있다. 다만 SK가스와 미래에셋증권 등을 제외하면 주식배당과 함께 현금배당을 병행하는 곳은 아직까지 드물다.
기존 주주들에게 현금배당이 나을까, 주식배당이 이득일까.
현금배당은 기업들이 직접 주주들의 계좌로 현금(주식 보유비율 기준)을 입금한다. 배당수익률이란 이렇게 입금된 주당 배당금을 주가로 나눠 산출된다. 이것이 배당매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주식배당은 신주를 발행(일종의 증자)해 현금 대신 주식을 나눠주는 것이다. 이는 기업입장에서 보면 주식 수 증가로 자본금이 늘어나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해질 수 있지만, 향후 주식 수 증가로 더 큰 배당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주식배당의 경우 주주들의 보유주식 가치에도 변화를 주지 못한다. 주식배당으로 늘어난 주식 수 만큼 주가가 하향 조정(배당락)되기 때문이다.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의 배당 횟수도 차이점이다. 현금배당은 중간배당과 결산배당 등 두 번을 실시할 수 있지만, 주식배당은 연말에 단 한 번뿐이다. 중간배당은 이사회 결의로 가능한데 주
식배당의 경우 주주총회 보통결의를 거쳐야만 한다.
한 마디로 주주입장에선 직접 돈을 받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전혀 없고,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곳이 현금배당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무리한 현금배당을 결정하면 자칫 재무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주식배당과 현금배당을 동시에 실시…왜?
그렇다면 미래에셋증권과 SK가스 등과 같이 주식배당과 현금배당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세금.
새로운 주식을 주주들에게 나눠주기 때문에 주식배당과 무상증자는 일종의 닮은꼴이다. 다만 무상증자의 경우 잉여금(자본·이익잉여금)을, 주식배당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한
다는 것이 다르다.
자본잉여금은 자본거래(주식액멱 초과금액, 재평가적립금, 피합병법인 순자산, 자사주처분이익 등)로 생긴 잉여금을 말하고,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영업활동과 고정자산의 처분 등을 통해 손익거래에서 발생해 배당·상여 또는 자본으로 대체되지 않고 남아있는 부분이다.
이익잉여금 중 배당가능이익은 각종 준비금(법정·임의준비금 등)을 뺀 이익이다. 주식배당은 이 배당가능이익으로 진행되고, 무상증자가 통상 자본잉여금으로 실시된다.
이렇게 기업이 재원을 다르게 선택하는 이유는 '과세' 탓이다. 이익잉여금이 자본금으로 대체(의제배당)되면 세법상 세금이 부여된다. 따라서 주식배당은 과세 대상으로, 신주를 받은 투자자들은 배당소득세(액면가 기준)를 내야한다.
주식배당을 결정한 기업이 현금배당까지 병행할 경우에는 대부분 현금배당금에서 배당소득세를 차감해 지급해오고 있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증시전문가들은 "현금이 직접 빠져나가지 않더라도 주식배당의 재원도 이익잉여금"이라며 "풍부한 유동성이 없는데 매년 주식배당을 결정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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