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상 기자 ]
연말, 많은 생각이 드는 때다. 그 누가 100% 만족스러운 한해를 보냈을까. 돌아보면 기쁨과 후회가 교차하면서 아쉬움도 진하게 남기 마련. 게을렀던 스스로를 다잡고 더 나은 내일을 기원하기 위한 최고의 의식은 새해를 맞는 해돋이 여행이다. 간절한 바람은 이루어진다고 했다. 회한은 털어내고 가슴 속에 새 소망을 담아 떠나자. 붉게 타오르는 태양과 함께 꺼져가는 의지의 불씨를 되살린다면 그리던 꿈에 성큼 다가가지 않을까.
독도 한반도 밝히는 첫 태양
존재만으로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독도, 한국인에게 있어 새해 일출을 독도에서 맞이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 깊은 일이다.
울릉도에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고, 한국을 가장 먼저 밝히는 태양을 독도 앞 해상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독도의 새해 일출 예상 시간은 오전 7시26분22초로 육지보다 5분가량 빠를 것으로 전망된다.
강릉항에서 출발할 경우 약 3시간 내외면 울릉도에 도착한다. 숙소에 짐을 푼 후 울릉도 구석구석을 관광할 수 있다. 특히 올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울릉도의 일몰은 후회스러운 지난날들마저 집어 삼킬 만큼 강렬하다. 또한 밤에 볼 수 있는 오징어잡이 배들의 늘어선 불빛은 울릉 8경 중 하나다.
대망의 일출은 새해 첫날 독도 해상에서 맞이하게 된다. 기상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독도에 들어가면 20분 정도 머물며 선상에서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장엄한 태양의 이글거림이 걱정 근심을 일순간에 녹일 듯 강렬하고, 따뜻해진 마음 속에 뜨거운 환희만을 남겨 놓는다. 독도라는 특수성과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맞이하는 새해 일출이 다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최고의 감동을 선사한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왕복 4시간 정도 걸린다. 기상악화로 배를 띄울 수 없다면 울릉도의 명소인 촛대바위 등에서의 일출 감상으로 대체된다. 독도로 가는 자유여행객도 많지만 숙박과 교통편, 선박 예약까지 포함한 여행상품을 이용하면 보다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다.
간절곶 육지에서 일출이 가장 빠른 곳
‘간 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는 말은 괜히 나오지 않았다. 독도를 제외하고 육지에서 일출이 가장 빠른 곳이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의 간절곶이기 때문이다. 올해 해돋이 예상 시간은 오전 7시31분22초. 또 다른 일출 명소인 정동진보다 약 5분 먼저 해가 떠오른다.
간절곶은 바다에서 바라본 지형이 뾰족하고 긴 대나무 장대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동해안의 아름다운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다. ‘간절하다’는 말과 발음이 같아서 무엇인가를 염원하면 다 이뤄질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간절곶만의 특별함이다.
언덕 위에는 17m 높이의 간절곶 등대가 있다. 새파란 바다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선 하얀 등대는 이곳의 명물. 1920년 3월 점등된 이후 거의 100년 가까이 바다를 밝혀왔다.
등 대 주변에는 조각 공원이 조성돼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도 좋다. 출어한 어부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애절하게 바다를 바라보는 조각상을 비롯해 간절곶의 새로운 상징인 높이 5m의 초대형 소망우체통도 눈길을 끈다. 해돋이를 보러 온 이들의 소망을 적은 편지가 가득하다. 우편요금이 포함된 무료엽서에 사연을 적어 넣으면 일반 우편처럼 배달도 해준다.
간절곶에서는 매년 12월31일부터 1월1일까지 새해 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전날 저녁 해넘이를 시작으로 제야 행사, 송년 콘서트, 불꽃놀이, 신년 축하공연 등의 각종 해맞이 행사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위치 :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1길 39의 2
왜목마을 서해에서 한해의 마무리와 시작을
해 돋이라고 하면 동해를 떠올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충남 당진 왜목마을(waemok.org)은 이런 편견을 깬다. 마을의 지형이 왜가리 목처럼 가늘고 길게 바다로 뻗어 나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왜목마을은 서해에서 반도처럼 북쪽으로 불쑥 솟은 곳에 자리해 있다. 동쪽으로 서해바다가 펼쳐지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수평선 위로 뜨는 해를 볼 수 있다.
해넘이와 해돋이를 약 12시간 안에 한자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왜목마을의 가장 특별한 점이다. 같은 장소에서 하루 만에 한 해가 넘어가고 시작된다는 것은 묘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왜 목마을의 일출은 동해에서 해가 뜬 뒤 약 5분 후에 나타난다. 동해의 일출이 장엄하고 화려하다면 왜목마을에서 보는 해는 작으면서도 예뻐서 차분한 느낌을 준다. 왜목마을의 해 뜨는 위치는 하지와 동지를 기준으로 달라지며, 장고항과 경기도 화성군 국화도 사이를 오간다. 일몰의 경우 당진시 석문면 대난지섬와 소난지섬 사이의 비경도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해돋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가장 유명한 포인트는 해발 79.4m의 석문산. 마을 사람들이 뒷산이라고 부르는 낮은 산으로 매년 새해에 사람들로 북적인다. 해양 경비초소 옆으로 난 탐방로를 따라 10분 정도면 충분히 정상에 닿는다.
이밖에도 포구 모양이 장고같이 생겼다 해서 이름 붙여진 장고항과 서해대교를 배경으로 일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한진포구는 왜목마을 일출 사진의 주요 배경이다.
○위치 : 충남 당진시 석문면 교로리 844의 4
향일암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
새해 첫날 만나는 해는 평소 가졌던 소망을 맘껏 빌 수 있는 최고의 대상이다. 전남 여수 향일암(hyangiram.org)은 전국 최고의 해맞이 장소로 각광받는 곳. 새해가 되면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사람들이 붐빈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을 담은 향일암은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함께 소원을 잘 들어주는 ‘전국 4대 기도처’ 중 하나로 꼽힌다.
향일암에는 바위 사이로 난 굴과 틈이 7개 있는데 이곳을 모두 통과하면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다. 새해를 맞이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는 것. 그래서인지 지난해 31일 저녁 6시부터 1일 오전 10시까지 개최된 ‘제18회 향일암 일출제’에는 3만8000여명이 방문했다.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인파였다.
푸른 남쪽 바다 위로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리듯 새빨간 태양이 떠오르면 두 손을 모아 기원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일제히 탄성이 터져 나온다. 새해 소망을 비는 이들의 마음마다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고, 더 나은 내일을 살 것을 다짐한다. 환한 사람들의 미소를 보면 이미 바라는 것이 절반쯤 이뤄진 듯하다.
여수 향일암 일출제는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개최된다. 제야의 종 타종, 해넘이 송년 길놀이, 소망 촛불행사, 새해맞이 천고(千告) 비나리 기원굿, 일출제례, 떡국 나눔 등의 행사가 풍성히 이어진다. 기암괴석과 탁 트인 수평선을 마주하며 새해의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향일암에서 깊은 염원을 꺼내보자.
○위치 : 전남 여수시 돌산읍 율림리 산7
성산 일출봉 서러움 다 녹이는 햇살
제주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관광명소가 많다. 그러나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은 단연 성산 일출봉이다. 본래는 육지와 떨어진 섬이었으나 모래와 자갈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제주 본섬과 연결돼서인지 해자에 둘러싸인 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사발 모양의 분화구가 부드러운 곡선미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름에도 나타나 있듯이 예로부터 성산 일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영주십경(瀛州十景)에서도 으뜸으로 꼽혔다. 성산일출봉에 직접 올라가는 것도 좋지만 새로 각광받는 일출 명소는 광치기 해변이다. 제주올레길 1코스와 2코스가 이어지는 광치기 해변은 물웅덩이와 이끼 가득 낀 현무암이 가득한 암반지대다. 마치 검푸른 융단이라도 펼쳐놓은 듯한 곳이다. 물때와 시간에 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감추는 광치기 해변과 성산일출봉의 조화는 보는 이의 넋을 잃게 만들며 최고의 사진촬영지로 사랑받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의 날씨 탓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먼 수평선에 담을 치듯 두터이 쌓인 구름을 뚫고 솟아오르는 태양은 역경을 이긴 상징처럼 다가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붉게 물들인다.
올해 22회를 맞는 성산일출축제(festival.jeju.go.kr)는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각종 공연과 함께 달집 태우기, 전통혼례 체험, 연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114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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