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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규제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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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는 '보이지 않는 세금'
고비용 불량규제는 계속 늘어나
'자문기구' 주장은 규개위 무력화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 경제학 kim0032@nate.com >



정부 예산이나 정부 조직은 계속 늘어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나라든지 예산이나 조직을 관리하는 별도 기구를 정부 내에 만들어 통제하고 있다. 한국도 예산실과 행정자치부에서 어느 장관이나 기관장도 예산이나 조직을 마음대로 늘리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에 그냥 놓아두면 계속 늘어나는 속성을 가진 것이 또 하나 있다. 정부규제가 그것이다. 더구나 정부규제는 그 규제를 담당하는 부서가 규제의 절차, 기준의 설정은 물론 집행의 모든 과정을 독점하고 있다. 그 결과 대부분 규제가 공무원 관점에서 만들어지고 집행된다. 한국에 ‘고비용 불량규제’가 만연하게 된 배경이다.

정부규제는 ‘감춰진 세금’이다. 아무리 간단한 규제라도 그 규제가 적용되는 국민은 이를 지키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한다. 국민이 내는 세금은 눈에 보이기 때문에 기준과 절차가 법에 의해 엄격하게 통제되지만, 규제라는 안 보이는 세금은 규제 담당 부서가 사실상 백지위임을 받았기 때문에 규제의 부과와 집행에 견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선진국들은 정부규제를 통제하는 전담조직을 정부 내에 만들어 규제의 총량과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도 1998년부터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이런 기능을 수행하도록 했다. 모든 정부 부서는 규제를 신설·강화할 때 규제개혁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어느 부서도 마음대로 규제를 만들고 강화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규정해 놓았다. 특히 위원의 3분의 2를 민간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정부규제를 민간의 관점에서 심의하라는 법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이런 권능을 가지게 된 배경은 그 이전까지 추진된 규제개혁이 주로 한시적 자문위원회를 통해 민간이 규제개혁안을 건의하고 규제담당 공무원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소위 ‘상향식 읍소형’ 규제개혁이었기 때문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경험 때문이었다. 이런 시행착오를 극복하기 위해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예산실의 예산관리나 행자부의 조직관리 기능과 같이 규제품질관리 기능을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특히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취임 1년 만에 달성한 규제 총량의 50% 감축은 규제개혁위원회가 이런 구성과 권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규제 총량의 획기적인 축소는 당시까지는 국내외적으로 선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후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이를 ‘규제 기요틴’이라고 부르면서, 세계은행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다른 나라에 권장하는 모범사례가 됐다. 특히 규제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위원회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규제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규제를 폐지하도록 한 것은 규제 기요틴을 성공하게 만든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규제개혁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규제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이익집단과 공무원 조직의 저항, 그리고 규제개혁위원회를 무력화하려는 정부 안팎의 집요한 시도 등이 원인이다. 위원회의 인력과 전문성의 부족도 한 요인이다. 일부 정부 부처는 위원회의 사전심의를 피하기 위해 의원 청부입법으로 우회하기도 한다. 최근 문제가 된 불량 규제의 상당수는 의원입법을 통해 도입된 규제들이다.

규제개혁이 소기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동안 취약해진 규제개혁 시스템을 정비해야만 한다. 정부 여당은 최근 규제총량제와 규제개혁위원회 강화를 골자로 한 규제개혁법안을 제출했다. 특히 국회를 포함한 헌법기관과 지방자치단체도 규제심사를 하도록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일부 야당의원은 이에 대응해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고 있는데, 규제개혁위원회를 자문기구로 만들어 기능을 약화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위원회를 무력화시켜 과연 무엇이 달성되는지, 누가 이를 반기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 경제학 kim0032@nat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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