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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정규직 과보호 줄이고 비정규직 처우는 개선 "고질병 이번엔 꼭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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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노동시장 개혁 칼 뺐다



◆ 정규직 과보호와 노동시장 이중성

정부가 정규직 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규직 해고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대신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는 개선한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해치지 않되 노동유연성은 현재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임금피크제를 활성화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 12월 8일 연합뉴스

☞ 정부가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에 노동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할 계획이다.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는 동시에 고용유연성을 강화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고질병으로 꼽히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혁해보겠다는 뜻이다. 정규직 과보호를 줄이는 게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한국 노동시장 현황

노동시장은 기업들이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을 고용하고, 가계는 노동력을 공급하는 시장이다. 노동 수요량과 공급량이 만나는 지점에서 임금과 일자리 수가 결정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징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훨씬 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임시직과 일용직 등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종사자는 올해 607만명으로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32.1%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정규직 대 비정규직 임금 차이는 2007년 100 대 64에서 2013년에는 100 대 55로 급속히 확대됐다.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가입률도 대기업 정규직이 99%를 넘는 반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각각 34.2%(국민연금)와 40.9%(건강보험)에 그친다.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포르투갈에 이어 2위일 정도로 경직성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와 ‘열악한 비정규직’으로 대변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빈부격차 확대, 청년실업 양산과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치지 않고서는 국민경제가 성장할 여지가 줄어들고 사회적 갈등은 더 격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노동경쟁력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의 ‘노동시장 규제 관련 경제자유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고용시장의 유연성 순위는 2000년 58위에서 2003년 81위, 2012년에는 133위까지 떨어졌다. 경직된 노동시장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다. 이게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칼을 꺼내든 이유다.

이중구조의 원인

왜 괜찮은 정규직 일자리는 늘지 않고 비정규직만 양산되며, 임금격차는 커지는 것일까? 경제성장률의 둔화, 기업들의 투자 부진과 해외 진출, 노동생산성의 차이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과보호를 빼놓을 수 없다. 일단 정규직이 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많은 임금과 다양한 사내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노조의 힘이 강력한 대기업의 경우가 그렇다.(왜 괜찮은 정규직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을까요?)

그런데 기업으로선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수 있는 임금총액은 한정돼 있다. 버는 돈 전부를 임금으로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도 해야 하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R&D(연구·개발) 투자도 해야 하며, 시장 개척에도 돈을 써야 한다. 기업이 줄 수 있는 임금총액은 일정한데 정규직에 대해선 일을 못한다고 해고할 수도 없고, 임금을 깎거나 동결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 임금체계가 대부분 근무연수가 길어지면 자동적으로 임금이 늘어나는 연공서열형 호봉제여서다. 결국 기업으로선 정규직 고용을 줄이는 대신 인건비가 싸고 해고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정규직을 더 쓰게 된다. 더구나 2016년부터는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법정 정년이 만 60세로 늘어난다. 기업으로선 정규직을 뽑고 싶어도 뽑을 수 없는 형편이다. 정규직의 고용·임금 경직성이 역설적으로 비정규직을 늘리고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 건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의 노동개혁 방향

이런 노동시장의 왜곡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을 아예 못 뽑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선 생산비가 비싸지고 제품값은 뛴다.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기업은 결국 문을 닫게 된다. 해결의 실마리는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낮춰 기업들이 비정규직 대신 정규직을 더 뽑도록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다. 사실 기업으로서도 비정규직을 많이 쓰는 건 부담이다.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고 이직률도 높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 중인 노동시장 개혁안은 △성과가 미진한 정규직의 해고요건 완화 △비정규직 처우 개선 △유연안전성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성과가 떨어지는 정규직을 해고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기업들이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는 경우는 △경영이 극도로 어려워질 경우(정리해고)와 △업무 성과가 부진한 경우(일반해고) 등 두 가지다.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 전에 기업이 조업단축 등 해고를 피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며 △해고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선정하고 △해고일 50일 전 근로자 대표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업무 성과가 떨어진 정규직 해고에 대해선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부당해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일반해고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내년 중 내놓을 예정이다. 이 지침엔 해고 사유와 평가, 교정, 해고 회피 및 절차가 담기게 된다.

정부는 또 성과나 생산성에 따라 임금을 신축적으로 조정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기업의 ‘취업규칙’을 개정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지금보다 임금이나 근로조건, 직무가 하향 조정될 경우 근로자 50%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돼 있다. 이른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요건’이다. 이 조항 때문에 기업은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생산성이 떨어지는 근로자의 임금이나 직무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없다.

대신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는 한층 강화된다. 우선 기간제(계약직)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 횟수가 제한된다. 일부 사업주가 퇴직금(1년 이상 근무자에게 지급)을 주지 않으려 1년 미만의 초단기 계약을 맺고 수시로 갱신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비정규직이 자신의 처우 개선과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문호도 넓힌다. 정부기구인 노사정위원회와 기업의 노사협의회에 비정규직을 일정 비율 참여시켜 고충을 해소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유연안전성 높여야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원인을 하도급 업체의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비정규직 채용을 남발하는 대기업의 관행 탓이라고 보고 있다. 또 사회적 안전망이 선진국보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고용의 유연성만 강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정부의 노동개혁 방침에 대해 “근로조건의 하향평준화이자 정상의 비정상화”라고 비판하고 있다. 자칫 노동개혁이 또 다른 갈등과 대립의 불쏘시개가 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노동시장이 유연해져야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 사용자와 근로자가 한발씩 양보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노동시장의 ‘유연안전성(flexicurity)’을 높여야 한다. 유연안전성은 고용 보호 수준을 낮춰 유연성을 추구하는 대신 저소득 근로자가 실직하면 실업수당을 지급하고 재취업을 알선함으로써 생계를 보장한다. 노동시장 개혁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밥그릇’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다양한 노동개혁 시도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노조 총파업 등으로 흐지부지됐었다. 노동 개혁은 한국 경제의 회생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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