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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쉽게 풀 수 있는 열쇠는? 상대방이 생각하는 가치를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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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카페

협상때 돈에만 집착하다가
다른 중요한 가치는 놓쳐

상대방과 내 가치의 차이를
좁히는 게 협상의 성패 좌우



한 사업가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인수하려고 한다. 해당 중소기업은 최근 창립자의 유고로 미망인이 경영하고 있다. 심각한 경영난으로 그 미망인이 기업을 매각할 의사는 분명하다. 다만 너무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시가보다 무려 세 배나 높은 금액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업가는 상대방이 너무 욕심이 많다고 한탄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돈만 생각하는 상대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실로 공공연하다. 상식을 무시하고 탐욕을 부리는 협상가들이 자신의 이익만 주장하며 협상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협상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협상 시 대부분은 상대방에게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나 기업 간의 협상에 있어서는 돈에 가장 가치를 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부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기업은 돈만 중요시할까. 협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의 원천일까.

협상에서 가치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협상의 가치란 한 마디로 협상 당사자가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그 무엇이다. 꽤나 간단해 보이지만 많은 협상가들은 주로 한 가지 가치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문제다. 바로 돈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못하거나 잊고 지나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오랜 과정을 거쳐 가까스로 합의를 할 때쯤에서야 중요한 가치를 놓친 것을 기억하게 된다. 이미 다시 논의할 기회는 지나간 것이다. 결국은 비효율적 합의 방식인 타협에 이르거나, 새로운 안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상대방과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 협상을 결렬시키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몇 년 전 미국에서 어느 할머니가 자신의 집을 팔았다는 신문 기사가 난 적이 있다. 집을 사고 파는 것이 뭐 대단한 뉴스거리인가 싶겠지만 신문에 실릴 정도로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그 할머니는 경제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것보다 3000만원이나 적은 값에 집을 팔았다.

할머니는 왜 3000만원이라는 거액의 가치를 그냥 포기했을까. 흥미를 느낀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할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봐요 기자양반, 난 이 집에서 45년을 살았어요. 나한테 돈을 많이 주겠다고 한 사람은 이 집을 허물고 더 커다란 집을 지을 계획이었죠. 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걸 바라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 집을 잘 돌봐줄 수 있는 착실한 젊은 부부에게 팔기로 결정했답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그 집이 그대로 계속 남아 있기를 바랐기에 집을 잘 돌봐줄 수 있느냐에 큰 가치를 두었던 것이다.

이 할머니처럼 돈보다 더 큰 것에 가치를 두는 일들이 협상에서는 자주 나타난다. 처음 이야기에서 시장 거래가격보다 세 배나 높은 가격을 요구했던 미망인에게도 사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죽은 남편이 기억에서 사라질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자기 후손들, 특히 손자들과 증손자들에게 오래 기억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회사를 비싸게 매각할 수 있다면 그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것이다.

회사를 인수하려는 사업가는 미망인에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내고는 협상을 쉽게 풀 수 있었다. 회사 건물 안에 죽은 창립자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만일 이 협상이 잘 진행되면 미망인에게 기념비 관련 모든 결정권을 넘겨주고, 비용 일체를 부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미망인은 아주 만족해 하면서 그 제안을 즉시 수락했다. 물론 매각가격은 시장 거래가격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방의 생각이다. 상대방이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면 협상을 쉽게 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내가 생각하는 가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차이가 바로 협상을 쉽게 풀어주는 열쇠다.

이계평 <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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