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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임원 암흑기] 대기업 77% "임원 실적 압박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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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경영자총협회 조사

절반 이상 성과목표 명시
未달성 땐 가차없이 교체



[ 최진석 기자 ] 삼성그룹은 지난 4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총 353명을 승진시켰다. 이는 작년 승진 규모(475명)보다 123명(26.3%)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의 전체 승진 규모 역시 165명으로 지난해 227명, 2012년 226명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12일 그룹 임원 262명 전원에게 사직서를 받았다. 이후 4일 만인 16일 81명(31%)의 사표를 수리했다. 올해 3분기까지 3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자 조직 개편을 통해 임원 수를 크게 줄인 것이다.

같은 달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판매 실적이 저조하자 최고경영자(CEO)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성과가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실적이 기대를 밑돌면 가차 없이 인사 대상에 오르는 것이 대기업 임원의 세계다.

8일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이 자사 임원들에게 요구하는 성과 압박은 갈수록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8개 대기업 인사 담당자에게 ‘5년 전과 비교해 임원들에 대한 실적 압박이 커졌는가’라는 질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늘었다’고 답했다. 기업 10곳 중 8곳이 임원들에게 이전보다 많은 성과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어 ‘비슷하다’는 응답이 23.1%였으며, ‘줄었다’고 응답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임원과 계약할 때 성과목표를 명시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인 54.2%가 ‘성과목표를 명시한다’고 답했다. 김판중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의 생존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임원들에게 보다 확실하고 높은 목표를 설정해 이를 달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경영 환경 악화의 영향으로)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임원들에게 추가 기회를 주기보다 인사를 통해 퇴진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신사업 추진이 지연될수록 이 같은 신상필벌 인사 원칙이 확산될 전망이다. 현직 임원들조차 불안해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업황이 부진한 업종에 근무하는 임원일수록 불안감이 큰 편이다. 유화 및 철강업계가 대표적이다. SK그룹과 포스코는 올 연말 조기 인사를 앞두고 쇄신 차원의 인사설이 끊임없이 돌고 있다. 동국제강 역시 내년 1월1일 유니온스틸과의 합병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임원들이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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