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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균형'에 사라지는 '금융중심'] 日 연기금 지방 이전 철회…네덜란드 수도 유턴…한국만 '脫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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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본사 首都 집중이 글로벌 트렌드

중국도 상하이 푸둥에 금융중심가 조성
"한국, 균형발전한다며 금융 경쟁력 훼손"



[ 박동휘 / 허란 기자 ]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국제공항. 이곳엔 특이한 사무실이 하나 있다. 네덜란드 공적 연금인 ABP(Algemeen Burgerlilk Pension) 출장소다. 암스테르담을 찾거나 이 공항에서 환승하는 외국 투자자들을 응대하기 위한 장소다. 네덜란드 은행인 ABN암로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들과 친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공적 연금을 18년 만에 수도로 재이전한 네덜란드 정부의 ‘금융허브 전진기지’인 셈이다.

○네덜란드의 실패

ABP의 자금운용 담당자들은 작년 말까지 네덜란드 남부 탄광도시인 헬렌에서 일했다. 네덜란드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1996년 ABP가 통째로 이전한 뒤부터다. 하지만 2008년부터 암스테르담으로의 복귀 작업이 시작됐고 작년 말 이사를 마쳤다. 지방 이전 18년 만에 다시 수도로 돌아온 것이다.

3250억유로(약 445조원)를 운용하는 ABP가 탄광도시인 헬렌과 수도 암스테르담을 오간 이유는 단순하다. 지방도시를 키워야 한다는 명분이 수익률 저하라는 현실을 뛰어넘지 못해서다. 1995~1999년 연평균 12.6%였던 ABP의 수익률은 2000년 3.2%로 떨어졌고 2001년, 2002년엔 각각 -0.7%, -7.2%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수익률(3.8%)은 한국 국민연금(6.8%)에도 한참 뒤졌다.

다급해진 네덜란드 정부는 2008년 APG라는 자산운용 전문회사를 설립, ABP와 다른 공적 연금을 한데 모아 운용하도록 했다. 본사는 헬렌이 아닌 암스테르담으로 정했다. 덕분에 ABP는 2009년 국민연금(10.4%)의 두 배에 달하는 20.2%의 수익률을 거뒀다. 작년에도 6.2%로 국민연금(4.2%)을 앞질렀다.


○금융클러스터로 인재 확보

일본이 정부연금펀드(GPIF) 본사를 도쿄에 잔류시키기로 한 것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126조엔(약 1180조원)의 자산을 보유, 세계 최대 공적 연금으로 불리는 일본 GPIF의 운용은 지극히 보수적이다. 채권 비중이 50%에 달해 초저금리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GPIF는 부동산, 사모펀드, 에너지 등을 대상으로 해외 대체투자를 확대한다는 성장 전략을 작년에 발표했다. 그러나 지방 이전이라는 ‘장애물’에 걸렸다. 생활 여건뿐 아니라 투자정보 유통도 뒤처지는 곳에서 일하려는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방 이전이 아니라 도쿄의 금융중심지인 닛폰바시로 GPIF를 옮기는 ‘역습 카드’를 빼들었다.

중국도 다르지 않다. 금융자유지역으로 선포한 상하이시는 신시가지인 푸둥에 금융중심가를 만들고 있다. 해외 금융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에게 집은 물론 부인의 직장까지 제공한다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고 금융인재를 모으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08년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을 마련, 서울과 부산을 각각 종합금융 중심지와 해양·파생금융 중심지로 육성키로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등 ‘큰손’들은 각 지방으로 옮기고 인천 송도, 전북 전주 등이 금융중심지가 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일부 지방도시엔 국제회의를 열 수 있는 컨벤션시설이나 대형 호텔도 없다.

영국 자산운용사 트리스탄캐피털파트너스의 애덤 스미스 이사는 “뉴욕의 월스트리트를 해체한다고 지방의 작은 도시가 금융도시로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진국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 팀장도 “부산 국제금융센터(BICF)에는 외국계 금융사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지역 균형 발전이란 정치적 명분에 밀려 금융허브 만들기가 물건너갔다는 이야기다.

박동휘/허란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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