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 강진규 기자 ]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최대 화제는 해태제과의 ‘대박과자’ 허니버터칩이다. ‘두 시간째 편의점을 돌아다녔는데 허니버터칩 있는 곳이 없었다’, ‘사재기하는 사람들 때문에 편의점 직원들이 허니버터칩을 숨겨놓고 판다’ 등 허니버터칩에 대한 글이 폭발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가수 강민경과 배우 소유진 등이 SNS에서 이 제품을 언급한 것도 인기몰이에 보탬이 됐다.
SNS 트렌드를 분석하는 AK몰 SNS마케팅팀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SNS에서 허니버터칩이 언급된 횟수는 총 2만2942건으로 집계됐다. 스낵류에 대한 언급량으로는 올 들어 최대다. 같은 기간 매출도 급증했다. 허니버터칩은 지난 8월 출시 이후 100일 만에 100억원어치가 판매됐고, 특히 최근 열흘간 53억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상당수 편의점에서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SNS, 기업엔 ‘양날의 검’
허니버터칩의 대박을 계기로 SNS의 파괴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긍정적인 내용이 재생산되면 매출이 급증하지만, 부정적인 이슈가 퍼질 때는 회사가 휘청거리기도 한다. 이처럼 SNS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자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롯데제과도 SNS를 통해 히트 상품을 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캐러멜 말랑카우는 첫달 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올 들어 SNS 이용자들이 제품을 구워먹는 레시피를 소개하면서 월매출 30억원대로 10배나 뛰었다.
석촌호수에 전시했던 러버덕은 초기 바람이 빠지는 사고가 SNS를 타고 소개되면서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늘었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러버덕 관련 상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0% 증가했다.
마케팅 주도권, 제조업체서 소비자로
기업 마케팅 관계자들은 최근의 SNS 성공사례를 보면서 마케팅의 주도권이 제조 업체가 아닌 소비자로 넘어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롯데제과 마케팅팀 관계자는 “제품 기획 당시엔 상상도 못했던 구워먹는 레시피가 인기를 끌자 현업에서는 오히려 당황했다”며 “마케팅에만 기대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 제품의 품질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SNS의 파급력은 해외 판매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장품업체 잇츠스킨의 달팽이 크림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는 중국의 대표 SNS인 웨이보에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소개되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해 1년간 70만개가 판매됐던 이 제품은 지난달까지 440만개가 팔렸다.
반면 SNS를 통한 부정적 여론 확산을 막지 못해 피해를 본 곳도 있다. 올여름 악취논란에 시달렸던 오비맥주가 대표적이다. SNS상에서 ‘카스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 발단이 됐다. ‘가임기 여성은 마시면 위험하다’는 괴담까지 나돌았다.
이후 오비맥주가 관련 내용에 대해 해명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문제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지만,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한 대형마트에서 한때 30%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2위 하이트진로와의 격차는 논란 이후 한 자릿수대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20일 장인수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SNS상에 촉발된 소독약 냄새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중국인 블로거 초청
이 때문에 기업들은 SNS 상에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1일부터 3일간 중국에서 하루 30만명이 방문하는 패션·뷰티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웨이단·웨이청 자매를 초청해 백화점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홍국 하림 회장과 이금기 일동후디스 회장은 회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매일 접속해 회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의 내용과 호응도 등을 직접 체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다른 기업에 비해 2배 정도 많은 10여개의 SNS 채널을 관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마케팅실에 SNS 등을 관리하는 직원만 100여명을 두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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