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입법건수가 곧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한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19대 국회 출범 이후 지난 19일까지 2년여 동안 입법건수는 1만1950건에 달해, 역대 국회 중 최대였던 18대 국회 4년간의 1만3913건에 바짝 근접했다. 의원입법이 전체의 85%를 넘을 정도로 급증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그렇지만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의 가결률은 고작 10.3%에 그쳐, 역대 최저다. 내용에 문제가 많고, 불요불급한 법안이 워낙 많다는 얘기다. 입법의 실패, 곧 입법권의 남용이다.
국회가 찍어내면 법이 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로비를 받고 법안을 만들어주는 입법장사에다, 청부입법, 대리입법 등이 속출하는 것도 그래서다. 여기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순진한 희망사항을 곧이곧대로 법안으로 만들어낸다. 섀도보팅을 폐지해 상장사들이 정기주총에서 감사를 못 뽑게 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 통신시장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단통법 등이 이렇게 탄생했다. 법안을 많이 만들수록 일 잘하는 국회, 열심히 일하는 의원으로 평가하는 것도 잘못됐다. 실적을 올리려고 발의자 명단에 이름만 올린 탓에 법안 내용조차 모르는 의원들이 허다하다. 법을 시행하자마자 재개정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일어난다.
이런 판에 정치권에서는 다음달 2일까지 내년 예산안 처리가 어렵다며 또다시 법안 빅딜설이 흘러나온다. 문제 법안을 솎아내고, 법안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새누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법안만 160개나 된다고 하니, 야당이 들고올 법안은 얼마나 많을지 알 수도 없다. 독소조항을 가진 악법들이 또 쏟아져 나오게 생겼다.
국회의 입법권 남용이 해도 너무한다. 새누리당이 입법할 때 재원조달 대책을 의무화하는 페이고 법안을 제출한 지 오래지만, 언제 어떻게 처리되는 것인지 아무도 말이 없다. 정치권의 셀프개혁은 아무래도 안 되는 모양이다. 불량 국회에 불량 입법이다. 의원들이 과연 법안을 만들 능력이 있는지 자격 심사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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