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법조인을 양성하는 사법시헙 제도를 존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로 법조인 양성을 일원화하는 대신 사법시험 제도를 존치해 ‘투트랙 방식’으로 법조인을 양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과 대한변호사협회가 18일 국회에서 공동 주최한 ‘희망의 사다리-사법시험 존치 필요성’ 토론회에서는 로스쿨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 ‘고비용으로 사회 계층간 이동통로 상실’ 등 불공정 시비를 낳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토론회에는 심재철, 나경원, 권성동, 민현주, 류지영, 배덕광, 정용기, 김제식, 이만우, 박맹우,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 서기호 정의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김용남 의원은 “저는 불도저 운전수의 아들로 태어났다”며 “대한민국은 불도저 운전수 아들이든 환경미화원의 딸이든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 이어 그는 “학력·나이·빈부격차에 상관없이 누구나 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던 사법시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기존 변호사시험과 병행해 사법시험을 유지함으로써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정치 인사들의 다양한 축사가 이어졌다. 이날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초기 로스쿨의 역할에 기대했던 부분에 잘못이 있고 능력은 있으나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많은 게 사실이다”며 “기존 로스쿨도 보완하고 사법시험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고위원은 “로스쿨 제도는 누구나 노력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던 사법시험과 달리 사회계층간 이동을 막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법조인력 양성정책과 법학교육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합의점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축사를 보냈다. 또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로스쿨의 현황과 문제점을 논의하고 사법시험 존치를 의논하기 위한 토론회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축사를 보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경쟁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법조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주제발표를 한 장용근 홍익대 법학부 교수는 “현행 로스쿨로 단일화된 법조인 양성체제는 법학부로 법조인을 양성하는 통로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자유경쟁 체제에서 로스쿨로의 독과점 체제로의 변환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스쿨 체제는 법조인 양성에 고비용 구조라며 현행 법학부 제도에서 시험제도와 기타 취업제도를 합리적으로 연계시켜 자격시험화만 된다면 학부제가 더 적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께 주제발표를 한 양재규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로스쿨 법안은 국민적 합의가 아니라 사학법 재개정안과 딜하는 과정에서 날치기 통과됐다”며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등 설문조사에서 법조인이 되는 기회 보장 측면에서 사법시험이 낫다고 응답한 사람이 73.5%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경원대 졸업생 중 첫 법조인인 김한규 서울변회 부회장은 “경원대 졸업자가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는 법조인이 될 수 있었지만 로스쿨이 도입된 후에는 불가능해졌다”면서 “앞으로 한국 사회가 공정한 계층이동이 가능한 사회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순배 법무부 법조인력과 검사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보장하면서도 서민의 법조인 진출 보장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법무부도 공감하고 있다”며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견해를 잘 수렴해 법조인 양성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인 오원찬 판사는 “사법시험도 문제가 있고 로스쿨 역시 지방대 출신이 서울 소재 로스쿨에 입학하기 어렵거나 30대 이상 합격자를 찾기 힘든 점 등 문제점이 있다”면서 “다만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사법시험 존치와 예비시험 도입 등 로스쿨 문제점을 보완하는 내용의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네 건이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번 토론회를 개최한 김용남 의원은 사법시험 선발 방식과 법학전문대학원 방식을 병행하며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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