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짓는 공무원 사회
[ 장창민 기자 ]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는 수십 년간 지속돼온 논란거리였다. 퇴임 후에도 전관예우를 받으며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공공기관장이나 정부 산하 단체장 자리를 꿰차 왔다. 임기가 만료되면 연임을 하거나 다른 자리로 옮겨 앉는 경우도 많다. 이런 관행은 온갖 부실과 비리를 낳는 원인이었다.
비록 욕을 먹더라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온 공무원 출신은 지난 4월 터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해양수산부와 한국선급, 해운조합 등이 전·현직 관료들의 끈끈한 연결 고리를 바탕으로 유착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후폭풍은 거셌다. 퇴직 공무원들의 재취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미 산하기관장에 내정됐던 관료들도 ‘없던 일’이 됐다. 정부는 지난 6월 퇴직 공무원의 취업이 제한되는 영리 민간기업 수를 3960곳에서 1만3466곳으로 대폭 늘렸다. 심지어 일부 주유소와 정미소까지 대상에 올랐다고 한다.
뿐만이 아니다. 국회에 올라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취업 제한 기간도 늘어난다. 4급 이상 공무원(일반직 기준)은 앞으로 취업 제한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업무 관련성 적용 범위도 소속 부서에서 기관으로 확대된다. 한 고위 공무원은 “공직을 마치고 나면 3년간 갈 곳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퇴직하지 않은 현직 공무원들의 인사도 꽉 막혀 있다. 1급 또는 국장급 관료들을 내보낼 자리가 없어지다 보니, 내부 인사까지 꼬이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웬만한 부처엔 보직 없는 국장급 이상 간부가 보통 서너 명 이상씩 있다”고 전했다.
최근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까지 본격화되면서 관료들 사이에선 ‘한숨’과 ‘체념’ 분위기마저 나타나고 있다. 정부 부처의 한 1급 관료는 “관피아 논란으로 욕만 실컷 먹고 퇴임 후엔 갈 곳도 없는데, 연금마저 깎이면 어떻게 노후를 준비해야 할지 갑갑하다”고 털어놨다.
일부에선 ‘자업자득’이란 말도 나온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아온 관료들이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다 이 지경까지 왔다는 지적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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