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쇼트펀드 투자법
올 한 해 국내 주식시장을 돌아보면 수많은 변수들이 있었다. 지난 7월 말까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일본의 추가 양적 완화에 따라 엔저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다시 하락했다.
이같이 등락이 이어지다 보니 시장 방향성을 따라가기보다 시장에 관계없이 꾸준히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절대수익 추구형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 상품이 사모헤지펀드와 공모롱쇼트펀드다. 2012년 말 기준 두 유형을 합한 설정액 잔액은 1조200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6월 말 기준으론 4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롱쇼트펀드가 인기를 끈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안정적인 성과다. 국내 공모형 롱쇼트펀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의 경우 2012년 10.69%, 지난해 12.71%의 성과를 기록했다. 코스피는 2012년 9.38%, 작년엔 0.7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같이 시장 방향성과 무관하게 장기간 안정적으로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설정액 증가로 이어졌다.
롱쇼트펀드가 제자리걸음인 주식시장과 달리 탁월한 성과를 기록하게 된 비결은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기에 적합한 시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롱쇼트 전략이란 주식 매수 포지션(롱)과 주식 매도 포지션(쇼트)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일반 주식형 펀드의 경우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한다. 반대로 부진한 흐름이 예상되는 종목의 경우에는 매수를 하지 않는 선택만을 하게 된다. 이른바 주식을 저가에 매수하여 고가에 매도하는 ‘롱온리(long only)’ 전략만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롱쇼트 펀드의 경우 이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참여한다.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하는 것과 동시에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은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공매도 전략을 실행한다. 빌려서 매도한 주식은 향후 주가 하락 시 빌린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다시 매수해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 시 이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올 들어 국내 주식 롱쇼트펀드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는 시장 차별화 현상에 적합한 구조다. 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는 가운데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의 차별화가 심화되면 적극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시장 하락 위험을 일정 부분 헤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일반 펀드보다 시장 대응에 유리하다.
그러나 강세 국면에선 쇼트 포지션 구축이 손해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롱쇼트와 헤지펀드(80% 이상이 롱쇼트 전략 구사 중)의 인기로 시장 참여자는 크게 증가한 반면 대차잔고는 40조원 수준에서 크게 변화가 없었다. 쇼트 종목을 발굴하더라도 대차가 어렵거나 대차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펀드 규모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해 유사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초과 수익 발굴 기회가 줄어든 것도 한 요인이다.
최근 미국 롱쇼트, 아시아 롱쇼트 등 롱쇼트 투자 대상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대비 시가총액이 20배 더 큰 시장이다. 국내는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고가 4%에 불과하나 미국은 30%를 차지하고 있어 대차 기회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시장은 큰 조정 없이 상승했고 내년 시장 전망 또한 긍정적이다. 하지만 금리인상 구간으로 진입할 경우 변동성 확대, 업종별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시장에 대한 노출도를 일부 유지하면서 시장 하락 헤지가 가능한 미국 롱쇼트상품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시장의 비효율성과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아시아지역은 롱쇼트전략으로 수익을 내기 가장 적합한 시장이기도 하다.
미국 뮤추얼펀드 시장에선 ‘리퀴드 얼터너티브(liquid alternatives)’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리퀴드 얼터너티브란 절대수익 추구를 위해 기존 헤지펀드 전략을 사용하되 강화된 위험 가이드라인을 사용해 공모 형태로 출시한 상품을 지칭한다. 국내에서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상품이 롱쇼트펀드로만 국한돼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시장에서 롱쇼트전략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정도에 불과하며 다양한 전략 상품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국내 롱쇼트펀드 투자자들은 기대수익률을 예전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 절대수익 추구를 위해 투자지역과 투자전략을 다변화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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