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자사주 6700억 매입 5% 넘게 ↑
삼성전자도 120만원대 회복
가격 매력 있고 실적 저점 확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배당 등
'재료' 있는 대형株 접근이 유리
[ 송형석 기자 ]
국내 증시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폭락장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현대차는 11일 9년 만에 자사주 매입 발표에 힘입어 전날보다 5.7% 상승한 17만6000원에 장을 마쳤다. 단기 급락했던 삼성전자도 110만원 아래에서 바닥을 다진 뒤 120만원대까지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주가 급락으로 가격 매력이 생긴 대형주들이 꿈틀거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주가 조정으로 가격 매력이 생겼고 실적도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주 살아나나
현대차는 4500억원, 기아차는 2200억원어치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현대차는 전체 발행주식의 1% 수준에 해당하는 보통주 220만2764주와 우선주 65만2019주를 12일부터 내년 2월11일까지 사들일 예정이다. 기아차 역시 발행주식의 1% 안팎인 보통주 405만3633주를 매입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이 줄고 주당순이익(EPS)도 올라가는 효과가 있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주가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종가는 123만1000원으로 지난달 28일보다 12.83% 올랐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20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삼성전자에 투입한 덕이다. SK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의 주가도 10월 저점에 비해 17~18% 높은 수준이다. 시장 전체로 봐도 대형주의 수익률이 중소형주를 앞서기 시작했다. 이번주 들어 대형주는 1.39% 올랐다. 코스피지수 상승률 1.20%를 앞지른다. 중형주(0.62%)와 소형주(0.65%)의 상승률은 대형주의 절반 이하였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 부진, 엔화 가치 급락 등의 악재를 감안해도 대형주의 조정 폭은 지나치게 컸다”며 “업종별, 종목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 연말까지 중소형주에서 대형주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추세는 뚜렷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르는 대형주의 다섯 가지 조건
전문가들은 △저가 매력 △실적 호전 가능성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수혜 여부 △지배구조 개편 진행 △주주 환원정책 등을 대형주 선택의 고려사항으로 꼽았다. 낙폭과대주면서 실적 반등 조짐이 뚜렷한 종목일수록 주가 상승폭이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대차, 기아차처럼 주주 이익 제고를 위한 방안들을 내놓는 종목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형주가 중소형주보다 강세를 보이는 국면인 것은 맞지만 엔·달러 환율 등의 복병이 많아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철저하게 재료가 있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실적 추정치만 보면 3분기보다 4분기가 낫지만 4분기에 잠재 부실을 털어내는 상장사가 많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철강처럼 3분기부터 실적 개선 움직임이 나타난 업종에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대주주의 지분이 많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 관련주들도 관심 대상이다. 이날만 7.76% 오른 SK C&C, 한 달 전에 비해 20% 이상 주가가 뛴 현대엘리베이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생명, 한진 등도 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전망으로 주가가 뛰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그룹 대주주들이 주변부 기업 지분을 처분하고 여기서 확보한 자금을 지배력이 높은 기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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