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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수리답(水利畓), 술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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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열정 불러내는 최고 경영전략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



이른바 초(超)저금리 시대다. 한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0%까지 내려갔다. 저금리 기조 아래 예대마진 중심의 전통적인 은행 영업은 한계가 있기에 은행장 취임 후 수리답(水利畓)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자 이익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현행 수익 구조를 비에만 의존하는 천수답(天水畓)에 비유한다면, 앞으로는 수수료 사업 강화와 신규 수익원 발굴을 통해 비가 오지 않아도 풍년 농사가 가능한 수리답으로 바꿔 나가자는 의미다.

다행히 직원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노력 덕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객 자산관리 부문에서 ‘WM(Wealth Manager)’이라 불리는 전문 인력들의 노력에 힘입어 사업이 성장세다. 이들은 시·도별 영업본부에 배치돼 관내 영업점 고객에게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설계해 제공하는 데 반응이 좋다. 도시뿐 아니라 농촌지역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는 농협은행만의 독특한 사업 방식이다.

얼마 전 WM 직원 워크숍에 참석했다. 참석자 모두 자신의 별명을 만들어 등에 붙이고 있었는데 내 등에도 직원들이 지어준 별명이 붙었다. 이름하여 ‘술이 답’. 수리답 경영을 외치며 사람들과의 허물없는 술자리를 좋아하니 별명으로 딱이란다. 하긴 젊은 시절 치기로 지은 내 이메일 아이디도 ‘jhjudang’(jh주당)이니 내가 생각해도 그럴듯했다. 무엇보다 은행장 별명을 부르며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그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술자리가 아니라 이를 매개로 한 소통의 자리를 좋아한다. 고객 또는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가 미처 몰랐던 문제점을 알게 되고 그 해결의 열쇠까지 얻을 수 있다. 흔히 일컫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은 결국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한국 사회는 상사에게 일단 ‘예’라고 대답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직된 조직 문화에 익숙해 있기에 소통을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리라.

앞으로 고객 패널, 기업체 최고경영자(CEO), 신입 직원과의 만남 등 많은 사람과 소통의 자리가 예정돼 있다. 무엇보다 소통은 서로 간에 일체감을 형성하고 함께 노력하는 열정을 불러내니, 소통보다 훌륭한 경영 전략은 없는 듯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만남을 기다리면서 ‘수리답’이라 쓰고 ‘술이 답’이라 읽어 본다.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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