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이브리드카 시장이 유가 하락 등의 여파로 올들어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외신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미국에서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작년보다 8.5% 줄어든 35만6849대에 그쳤다.
이는 유가 하락에 따라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매력이 감소하고, 현지 하이브리드카 최다 판매 모델인 3세대 프리우스의 모델 노후화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2007년 미국에서의 연간 판매량이 18만1000대에 달하며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프리우스는 당시엔 수요보다 공급 물량이 훨씬 달려 판촉비가 대당 91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 9월에는 판촉비가 대당 2309달러까지 치솟아 인기 하락을 실감했다.
유가 안정과 함께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며 픽업 트럭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하이브리드카의 쇠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까지 미국에서 대형 픽업 트럭은 50개주 가운데 34개주에서 차종별 판매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이끄는 나라라는 점에서 미국에서의 하이브리드카 부진 현상이 국내 시장에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지 않을까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연일 최저가를 경신하며 서울에서도 최근 휘발유값이 ℓ당 1600원대인 주유소가 등장하는 등 기름값이 내려가고 있는 추세인 만큼 더 비싼 차값을 내고 하이브리드카를 사는 게 과연 경제적인가에 대한 소비자의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산차의 경우 최근 몇 달 새 하이브리드카의 성장세가 무뎌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9월까지 현대·기아차,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업체가 판매한 하이브리드카는 2만328대로 작년 같은 기간의 1만7768대에 비해 14.4% 늘었으나 유가 하락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지난 8월에는 판매량이 1859대로 집계돼 올들어 처음 월간 판매량 2000대를 밑돌았다.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지난 9월에도 1806대에 그쳐 2개월 연속 2000대를 하회했다.
이 같은 수치는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정점을 찍은 지난 3월에 2997대가 팔린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국산 하이브리드 차량으로는 현대·기아차의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K5, K7, 한국GM의 알페온 등이 있다.
하지만 수입차의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올들어 지난 10월까지 6038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5%나 증가한 가운데 지난 9월 판매량은 743대, 지난달 판매량은 771대로 오히려 최근 들어 판매량이 더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가가 지금처럼 하락세를 지속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대변하는 미국 시장의 모습은 유가 하락으로 하이브리드카의 인기가 다소 식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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