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첫 마디는 'MMORPG 만드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p> <p>그가 만든 '이카루스'는 10년여에 걸쳐 만들어진 게임이다. 강산이 한번 바뀐 시간이다. 그사이 컨셉도 뒤집혔고, 프로젝트도 몇 번이나 바뀌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정착했단다. 5년의 방황, 5년의 개발. 120명의 개발자들은 긴 시간을 꿋꿋이 버텼다. MMORPG 개발자들의 숙명이다.</p> <p> 강연에선 그간의 고민의 흔적들을 배어 있었다. 스케줄에 대한 고민, 차별화에 대한 고민, 테스트에 대한 고민, 내부소통에 관한 고민, 심지어 이걸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하루에도 몇번이고 기획서를 뒤짚었다고 한다. 제대로 된 MMORPG 개발은 그만큼 힘들다. 험난한 산맥을 넘는 것과 같다. 산등성이를 넘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길을 막고 있다. 때론 눈앞의 바위산을 통째로 치워야 하고, 필요하면 골짜기를 우회해 먼 길로 돌아야 한다. 10년의 세월은 그런 고민의 과정이다. 그렇게 콘텐츠의 깊이를 키웠다. </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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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정상에 깃발을 꽂았을 때, 세상은 바뀌어 있었다. 이카루스는 온라인게임의 황혼기에 태어났다. 시장은 달라졌다. 게임의 고민이나 퀄리티 따위는 무시됐다. 남의 것 빨리 베껴 타이밍만 잘 잡으면 성공이다. 좋은 게임보다는 돈 많이 버는 게임이 우선이다. 유저와의 소통보다 순위 높이기에 급급하다. 금방 다운받고 금방 지워버린다. </p> <p>온라인게임 시대의 금기였던 자동사냥마저 풀어버렸다. 손가락 하나 까닥 않고 모바일 RPG를 즐기는 시대다. 돈 들여 좋은 아이템 지르고, 던전 몇 바퀴 자동으로 돌리면 레벨이 척척 오른다. 개발자들이 수년간 고민했던 게임의 본질이 '편리함'과 '스피드' 속에 함몰됐다. 현대인의 식생활을 바꿔버린 '패스트푸드' 처럼 말이다. 일 년도 못 버터틸 '휘발성 재미'를 탐닉하고 있다. </p> <p>석훈 팀장은 답을 내놓았다. 무엇보다도 '게임이 최우선'이다. 이카루스는 많은 재미를 담으려고 고민했다. 전투, 길드, 던전, 공성전 같은 RPG의 기본요소를 빼놓지 않고 아울렀다. 여기에 펠로우 시스템과 공중전투를 도입해 공간의 확장을 꾀했다. 전투는 콘솔게임처럼 손에 착착 감기고, 유저간 커뮤니티도 역동적이다. 캐릭터를 조종하는 단계를 넘어 교감하는 재미까지 담았다. 천천히 음미하며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한 상 가득 차려놓았다. 길거리에서 허겁지겁 챙겨 먹는 패스트 푸드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다. 어찌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까.</p> <p>다행히 내년부터는 MMORPG의 만찬을 풍성히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엑스엘게임즈의 '문명온라인', 네오위즈의 '블레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엔씨소프트의 신작들이 줄줄이 나온다. 올해 이카루스가 MMORPG의 계보를 이어준 덕분이다. </p> <p>어떤 게임을 평가할 때 성공여부나 시장상황은 부차적인 요소다. 좋은 게임은 그 자체가 최우선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외국에서 돈 많이 벌었다고, 혹은 시장이 변했다고, 그 기준이 바뀔 순 없다. 패스트푸드 같은 게임들이 만연하는 지금, 콘텐츠의 깊이를 갖춘 게임이 필요하다. 패스트푸드가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주식이 될 순 없다. 패스트게임 시대, '게임을 최우선으로 보라'는 석 팀장의 주장은 그래서 울림이 있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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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GC 위메이드 석훈 팀장 강연모습, 청중들로 가득 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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