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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떠오르는 섬 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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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조슈아 로건 감독의 ‘남태평양’과 브룩 쉴즈 주연의 ‘블루 라군’에 등장하는 신비의 섬 피지. 남국의 멋진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에 전 세계 연인들은 넋을 잃었다. ‘캐스트 어웨이’의 촬영무대인 몬드리키 섬을 비롯해 아름다운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 미셸 파이퍼와 줄리아 로버츠, 피어스 브로스넌 등 많은 스타들이 이곳에 매료됐다. 멜 깁슨은 여의도 2.5배 크기의 섬 하나를 165억원에 사버렸다.

할리우드 스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허니문 여행지로도 유명하다. 범선 크루즈, 해저를 관람하는 글라스 보틈 보트, 산호섬 스노클링, 스카이다이빙, 헬기 투어 등 온갖 즐거움을 다 누릴 수 있다. 전통음식 망기티의 맛도 뛰어나다. 땅을 파고 뜨거운 돌을 채운 뒤 코코넛 잎에 감자, 생선,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싸서 2~3시간 쪄 먹는데 기름기 없는 담백한 맛과 코코넛 향의 조화가 일품이다.

두 개의 큰 섬과 320여개의 부속 섬이 푸른 바다에 점점이 박혀 있는 이곳은 남태평양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해상·항공 등 교통의 요지다. 1년 내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이어서 아침마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뜨는 해를 볼 수 있다. 특히 새해 첫 일출이 장관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지만 역사는 순탄치 않다. 서양에 처음 알려진 것은 1643년 네덜란드 탐험가 타스만에 의해서다. 1774년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상륙한 뒤 유럽인들의 유입이 시작됐다. 이후 원주민 추장들의 패권 다툼으로 국토가 황폐해지자 영국에 돈을 빌리는 대가로 땅을 떼어주다가 1874년 식민지로 전락했다. 1970년 독립했으나 잦은 쿠데타로 몸살을 앓았다. 2006년 쿠데타 이후에는 미국 등 서방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또 고생했다.

그런 피지가 최근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다. 중국은 자원의 보고인 태평양 지역의 거점국으로 피지를 선택하고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 대규모 차관과 기업융자를 제공하면서 수력발전소 건설에도 1억5800만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서방이 제재 등으로 발을 뺀 사이에 중국이 야금야금 영향력을 확대해 가는 형국이다.

그러자 위기감을 느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앞다퉈 관계 회복에 나섰다. 호주도 어제 외무장관이 피지를 찾아 제재 해제 방침을 전달했다.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다. 경상북도 크기의 작은 섬나라 피지가 한가로운 휴양지에서 태평양 지역 패권의 전략적 요충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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