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만약 금리가 2%포인트 오르거나 기업 수익성이 30% 정도 떨어질 경우 10개 기업 중 세 곳이 도산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금융안정 보고서를 내놓았다. 5년 전보다 기업의 부실 위험도가 2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최근 기업 현실을 보면 한국은행의 보고서 내용이 그리 놀랄 만한 것도 아니다.
기업의 성장성이나 수익성 모두 최악이다. 올 상반기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2009년 이후 처음 마이너스(-0.7%)로 돌아섰다. 2010년 7.5%에 달하던 매출 영업이익률도 5년 연속 하락해 올 상반기엔 4.7%까지 가라앉았다. 기업 설비투자 역시 1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전자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주력 업종 기업의 실적은 대부분 바닥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손실이 2조원 가까이 된다는 소식은 우려를 더욱 크게 하고 있다.
대외 환경도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와 원화 강세 등으로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지는 오래다.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 간다. 어제 단행한 일본 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가 또 어떤 영향을 줄지 미지수다.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이슈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당장 많은 기업들이 올해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내년도 사업계획의 밑그림을 그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어제 현대중공업 노조가 부분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20년전 악몽이 되살아난다. 기업이 중병이 들었는데도 노조는 파업으로 치닫는다. 영국병(病)보다 더욱 심각한 질환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이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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