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Master 기업홍보전략 (3) 트리플 미디어 믹스
스토리 전파 경로 다양해져
입맛 맞는 홍보전략 구사해야
기업 시너지 효과 극대화
[ 최규술 기자 ]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가 열렸던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사회는 한 장의 사진이 주는 감동으로 행복했다. ‘꼴찌없는 운동회’ 사진이다. 이야기의 발단은 지난 9월20일 경기 용인시 제일초등학교에 다니는 기국이의 사연에서 시작됐다. 기국이는 선천적으로 연골무형성증을 앓아 키가 작았다. 그래서 달리기를 잘하지 못했고 6학년이 될 때까지 학교 운동회는 좌절을 겪어야 하는 날이었다. 마지막 운동회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달리기 경주에서 저만치 앞서가던 친구들이 갑자기 멈춰 서더니 기국이에게 다가와 손을 잡고 결승선까지 함께 걸어간 것이다. 기국이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을 지켜 본 한 학부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기국이의 사연은 ‘꼴찌없는 운동회’란 스토리로 네이밍돼 소셜미디어로 퍼져나갔다. 수많은 공감과 공유의 행렬을 만들어내면서 급기야 인터넷 언론과 지상파 방송에서까지 이슈가 됐다. 이달 20일에는 NC 다이노스 구단이 ‘꼴찌없는 운동회’ 주인공들을 초청해 마산구장 시구행사를 개최하면서 기국이의 사연은 한 달 만에 전국적인 뉴스가 됐다.
‘꼴찌없는 운동회’ 스토리는 작은 이야기 하나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싹을 틔우고, 그것이 다양한 미디어를 거치면서 커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매스미디어에서 신문과 방송에 한두 번 소개하고 사그라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 소셜미디어에선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눈덩이처럼 커져간다. 소셜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이야기가 전파되는 루트와 공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라운드스웰’의 저자 조시 버노프는 소셜미디어의 이런 속성을 ‘그라운드스웰 현상’으로 정의하면서 “그라운드스웰이란 먼 곳의 폭풍으로 인해 생기는 큰 파도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그라운드스웰 현상은 기업 울타리 밖의 소셜 공간에서 생긴 작은 변화가 큰 파도가 되어 기업에 밀어닥친다는 점에서 기업엔 기회이자 위기다.
미디어를 통해 이야기가 확산돼가는 방식은 예전과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전통미디어에선 존재하지 않았던 그라운드스웰 현상이 등장해 미디어의 스토리 확산 경로를 바꾸고 있다. 기업의 홍보전략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스토리가 전파되는 새로운 경로를 면밀하게 살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디어는 더 다양해졌다. 신문과 TV, 라디오, 잡지에서 광고, 인터넷, 최근의 소셜미디어와 모바일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과 수는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다.
복잡다단한 미디어를 기업의 활용방식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개념이 최근 등장한 ‘트리플미디어’다. 트리플미디어의 분류에 의하면 신문, TV, 라디오, 잡지 등 주로 광고를 통해 매체의 영향력을 살 수 있는 매체군은 페이드미디어(paid media)로, 자사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와 최근의 모바일앱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소유하고 육성할 수 있는 매체군은 온드미디어(owned media 또는 자사미디어)로, 소셜미디어처럼 제3자의 평판에 의해 좌우되는 매체군은 언드미디어(earned media)로 구분한다.
트리플미디어의 세 가지 영역은 각각 분리되거나 독립된 개념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개념이다. 기업이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트리플미디어의 세 가지 영역을 활용할 땐 ‘선택과 배제’의 방식이 아니라 ‘선택과 조합’의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펩시콜라는 매년 수백만달러씩 쏟아붓던 수퍼볼 광고예산을 2010년부터 펩시 리프레쉬 프로젝트(Pepsi Refresh Project)라는 소셜 마케팅 예산으로 돌리면서 기존의 페이드미디어 우선에서 언드미디어 우선으로 미디어 전략을 전환했다. 스타벅스의 언드미디어 전략은 더 적극적이었다. 2008년 초 스타벅스는 매출이 급전직하하는 등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하자 ‘소셜’에서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하워드 슐츠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해 소셜미디어 마케팅을 강화하고 스타벅스의 기업문화를 더욱 소셜 친화적으로 바꾸면서 성장 침체의 위기상황을 극적으로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예산이 풍부하지 못한 중소기업의 미디어믹스 전략은 자사의 브랜드 스토리를 온드미디어에 탑재 한 뒤 그라운드스웰 효과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언드미디어에 집중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정남진 < 이노미디어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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