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순이익 IHI 64%·히타치 178% 증가
車업체도 이익 급증…도요타 최대 실적 추정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 기업들이 엔저(円低) 효과 등에 힘입어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실적 잔치’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주로 전자부품과 중공업, 자동차회사 등 수출 기업이다. 최근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이 우울한 실적시즌을 맞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기업들은 이번주 2014회계연도 상반기(4~9월) 실적발표에 본격 돌입했다. 전자부품 업체인 무라타제작소는 상반기 순이익이 680억엔(약 6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당초 회사 측이 내놨던 실적 추정치(510억엔)를 30% 이상 웃돈 성과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적층세라믹콘덴서를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폰 부품 수출이 늘어난 데다 엔화 약세로 수출 채산성이 크게 좋아진 게 실적 급증의 배경이다.
중공업업체인 IHI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4% 급증한 209억엔(약 203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민간 항공기 엔진용 교환 부품 매출이 늘어난 것이 이익 증가를 주도했다. 지난해 계열사인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해 출범한 세계 4위 조선사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실적도 개선돼 지분법평가이익에 기여했다.
일본 제2의 조선업체인 가와사키중공업도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181억엔(약 1770억원)에 달했다며 잠정 실적을 공표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한국 조선업체에 대항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구조조정에 성공한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등 전자업체도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히타치는 상반기 순이익이 910억엔(약 88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 급증했다고 지난 23일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히타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자 사업 철수와 그룹 재편 등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지난해 23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뒤 실적이 완전히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카가미 료타 SMBC닛코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간 이어진 엔고(円高)의 시련기를 극복한 경쟁력이 ‘엔저 훈풍’을 타고 실적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혼다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6조30억엔, 순이익은 19% 증가한 2884억엔을 달성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미쓰비시자동차는 22일 상반기 609억엔의 순이익을 달성해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3000억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바루를 생산하는 후지중공업과 마쓰다 역시 상반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고, 닛산자동차는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쓰루 다카하시 후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엔화가치가 1엔 떨어지면 연간 92억엔의 영업이익이 증가한다”며 엔화 약세 효과를 설명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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