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코스피 시가총액 2위 종목인 현대차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입에 따른 후폭퐁이 진정되기도 전에 세계 경기 둔화와 환율 탓에 3분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진 데 따른 것이다.
16일 주식시장에서는 장중17만원 선이 붕괴되며 마지노선에 대한 의구심마저 커지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지난 9월 18일부터 이날까지 23% 넘게 밀렸다. 이 기간 동안 시가총액은 43조6147억원에서 36조7861억원으로 줄어 6조8286억원 감소했다.
이날 오후 1시37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7000원(4.00%) 밀린 16만8000원을 기록해 2011년 8월23일(16만5000원) 이후 3년2개월 여 만에 17만원이 무너졌다.
주가가 맥을 못추기 시작한 건 지난 9월 18일 한전 부지 매입 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 현대차가 써낸 매입 금액이 10조5500억원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하루에만 9% 이상 급락했다.
당초 감정가 등을 감안할 때 4~5조원을 써낼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이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승부수를 던지자 시장의 불안이 커졌다.
한전 부지 매입과 관련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각 사의 분담 비용은 각각 5조8025억원, 2조1100억원, 2조6375억원이다. 현대차 측은 한전 부지를 컨트롤 타워 및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단 계획.
홍진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완성차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선진국 판매량이 기아차 대비 상대적으로 약한 상태에서 한전 부지 매입이 발표되자 현대차 주가가 기아차나 현대모비스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대가치는 멀고 지출은 가깝다"며 "현대차와 관련해 한전 부지 매입에 따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는 당분간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 경기 회복 둔화와 비우호적인 환율 흐름이 맞물리며 3분기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3분기 현대차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3% 줄어든 20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16.75% 감소한 1조6800억원으로 시장 기대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임금협상 과정에서의 부분파업과 기대 이하의 신모델 판매 등이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분기 평균환율은 2분기와 마찬가지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강세를 이어가며 연결기준 평균판매단가(ASP)는 전년보다 3% 감소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말환율 강세 효과로 약 2600억원의 외화기준 판매보증충당부채환입이 발생했던 지난해와 달리 3분기는 오히려 1000억원 내외의 충당부채 전입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우외환'에 노출된 현대차 주가가 어떻게 흘러갈 지를 놓고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지만 이미 주가가 크게 떨어진만큼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선 제기됐다.
홍 연구원은 "한전 부지 매입 등 여러 부정적 이슈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만큼 이번 실적시즌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3분기 실적 발표가 새삼 현대차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김 연구원은 "지금은 단기간 내 밸류에이션 회복을 기대하기 보다는 현대차그룹의 구체적인 변화를 살펴보며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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