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민경 기자 ]
투신권 주목한 '배당주'·'내수주' 투자전략 유리
국내 증시가 '상승동력' '매수주체' '주도주' '방향성' 이 없는 이른바 '4무(無) 장세' 에 맥을 못추고 있다.
이미 과매도권에 접어들었다는 시장 지적에도 불구하고 감소하고 있는 거래량과 개선되지 않는 투자심리가 증시 발목을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 둔화와 이에 따른 미국 증시 약세로 미뤄볼 때 '4무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 역시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어 투자심리가 안정될 때까진 긴 호흡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코스피지수, 장중 1910선 붕괴…현대차 등 수출주 급락
16일 코스피지수는 미국撥 악재로 인해 장중 1910선이 무너졌다. 오전 9시48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7.55포인트(0.91%) 떨어진 1908.36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수출주가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현대차는 3년2개월 만에 장중 17만원 아래로 밀렸다.
간밤 미국 증시는 세계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된 가운데 부진한 경제 지표 여파로 급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때 1만6000선이 붕괴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장중 3년래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와 S&P500은 240일선마저 밑돌며 가격조정이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는 중국이 아닌 미 증시에 동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올해 다우지수는 2007년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무엇보다 5년 랠리 후 조정을 받았다는 점인데 이는 별다른 조정 없이 이어온 중기 상승 추세가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증시의 약세는 최근의 세계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데다 저점을 확인한 것은 아니기에 약세 현상이 좀 더 이어질 것이란 게 김 연구의 판단.
◆ 외국인, 이달 들어 2조원 넘게 매도…부정적 시각 여전
이러한 상황은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만 전날까지 2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날 10거래일만에 매도에서 매수로 돌아서긴 했지만 강도는 미약하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세계 달러화 강세로 인해 한국과 신흥국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포함한 3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도 크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시각은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임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일단락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국 국채금리 반등, 달러화 강세 제동, 원자재 가력 하락 진정 여부가 우선 확인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함께 "주요국의 정책 공조와 매크로 지표 개선 등이 필요하다"며 "내부적으로는 실효성 있는 내수와 증시 부양책 가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와 동조화되고 있는 국내 증시 상황을 볼 때 조정 기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당분간 중기 방향성을 찾기 위한 조정이 계속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1880~1970p 사이의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봤다.
다만 우울한 환경에서도 계절성(연말)을 고려한 배당주와 정책모멘텀에 기댈 수 있는 내수주 위주로 투자전략을 짜는 게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조정을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려는 투신권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20거래일동안 투신권 매수 기반인 국내 주식형펀드(ETF 제외)로 유입된 투자자금의 규모와 비율이 2012년 5월과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로 유입되고 있는 유형을 살펴보면 세계 경기에 민감한 수출주(전기전자, 운수)보다는 정부정책과 맞물린 '고배당주'와 내수주 등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종목군을 우선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도 "식료, 섬유, 의복, 의약품업 등 일부 내수 관련 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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