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5년새 20% 증가
'금융서비스=공짜' 인식
수수료 수익도 쪼그라들어
[ 박신영 기자 ]
미국 씨티그룹은 지난 14일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실적이 부진한 한국 등 12개국의 소비자금융부문에서 철수하기 위해서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때 한국씨티은행이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데다 구조조정을 실시한 직후라 더욱 그랬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씨티은행이 한국에서 철수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외국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워낙 저조한 데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갈수록 많아져 한국 시장에서 굳이 버틸 이유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영업, 돈 안 된다”…脫한국
씨티그룹이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을 팔기로 한 것은 본사에서 정한 수익성 기준에 한참 뒤떨어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은 2011년 74억9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데 이어 2012년에도 92억6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에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영업이 호전돼서가 아니라 부실자산을 팔고 인건비와 판매관리비 등을 줄였기 때문이다.
씨티그룹만이 아니다. 외국 금융회사들의 한국 탈출은 계속되고 있다. HSBC그룹은 한국 법인의 소매금융 업무를 이미 중단했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도 국내 저축은행·캐피탈 자회사를 매각했다. ING그룹은 작년 말 MBK파트너스에 한국ING생명을 매각했다. 아비바그룹은 지난 7월 우리아비바생명 지분 47.3%를 NH농협금융지주에 팔았다.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계 은행 대표는 “글로벌 전략을 짜는 외국계 금융사 본사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국에 남아 있기보다 다른 국가에 더 투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외국계 금융사가 한국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돈을 버는 것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정부 규제도 한 요인
한국 금융당국의 규제도 외국 금융회사를 못 버티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훈 의원(새누리당)은 최근 금융 관련 규제가 지난 5년 동안 2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09년 918건이었던 금융 관련 규제는 올해 9월 말 현재 1099건으로 19.7% 늘었다.
보이지 않는 ‘그림자 규제’도 금융회사들의 영업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각종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없앤 뒤 ‘정상화’시키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금융회사들로선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예대마진으로 거두는 이자이익이 아닌 각종 수수료를 통한 비이자이익을 올려야 하는데 당국과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수수료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다른 외국계 은행의 대표는 “한국은 각종 금융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데 익숙하다”며 “‘서비스=공짜’라는 인식이 사라지지 않으면 수수료 수익을 올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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