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오히려 증시에 악재 되나
환율 상승·내외금리差 축소가 자금 이탈 불러
"금리인하 先반영…배당 등 확대 땐 돌아올 것"
[ 강지연/김유미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15일 주식시장은 약세로 마감했다. 저금리가 외국인의 국내시장 이탈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금리 인하는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를 이끌 뿐 아니라 내외금리차(주요국과 금리 차이)를 더욱 좁히는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 정상화(인상) 흐름과 맞물려 금융시장 불안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저금리가 악재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34포인트(0.17%) 하락한 1925.91로 마감했다. 장 초반 오름세를 보이며 전날의 반등세를 이어가는 듯했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며 오히려 하락 반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발표를 전후해 1000억원가량의 매물을 쏟아냈다. 이날 전체 순매도 물량(1809억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외국인은 이날을 포함, 이달 들어서만 2조원 넘는 주식을 토해냈다. 채권시장에서도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약 1조9000억원어치를 현금화해 외국인 투자자금이 순유출로 다시 돌아섰다.
한은의 금리 인하는 정부의 내수부양 의지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증시에 호재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엔 저금리가 오히려 금융시장에 난기류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 수급에 그다지 긍정적인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외금리차 7년 만에 최저
금리 인하는 원화 강세를 진정시켜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원화 강세에서 차익을 얻으려고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악재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면 원·달러 환율은 더 오를 수 있다”며 “미국의 양적 완화 종료를 앞두고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매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은 내외금리차다. 국내 금리는 선진국 금리보다 대체로 높아 외국인 투자자를 부르는 유인이다. 그런데 최근 이 금리 차가 2007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좁아졌다.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가 오름세였던 반면 국내 금리는 반대로 갔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신흥국시장의 자금 이탈이 계속되는 한 단기적으로 외국인들의 매매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긴축이 본격화하면 자금 유출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금융시장 불안 대응해야
이주열 한은 총재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본 유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금융시장 안정을 과제로 든 이유다. 한은은 자본시장 불안이 커지면 기획재정부와 함께 거시건전성 제도를 손볼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아직 우려가 지나치다는 진단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다른 신흥국과 함께 당분간 자금 유출이 이어지겠지만 앞으론 국가별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들어 외국인 매도 규모가 큰 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미리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배당 확대 등 정부정책이 가시화할 경우 외국인 매수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도훈 CIM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장은 ‘한국’을 살 이유가 없지만 길게 보면 배당 확대 등 장기 투자자를 유인할 만한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강지연/김유미 기자 sere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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